모험러의 책방
유대 없고 외로운 소비하는 인간 본문
「시장 경제 이론가들이 '경제를 계속 굴러가게 하고', 경제 성장의 수레바퀴에 기름을 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주목할 만한 유일한 인간 유형은 '경제적 인간'(homo oeconomicus)이다. ― 즉 외롭고, 병적으로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자기중심적인 경제적 행위자로 '합리적 선택'에 의지해 최고의 거래를 추구하며, 금전적 이익으로 옮길 수 없는 종류의 감정의 먹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러한 덕성들을 공유하는 그리고 그 밖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찬 생활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시장경제의 실천가들이 기꺼이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그리고 그렇게 하려는 유일한 인간 유형은 '소비하는 인간'이다 ― 즉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것을 외로움에 대한 치유책으로 선택하고 그 밖의 다른 치료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는 외롭고 병적으로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지는 자기중심적인 쇼핑객이 그들이다. 이러한 인물에게는 쇼핑몰에 떼를 지어 몰려오는 고객들이 유일하게 알고 또 필요로 하는 공동체이다. 그의 생활세계는 그러한 미덕을 공유하는 그리고 그 밖의 다른 것은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현대 초기의 특성 없는 인간은 이제 유대 없는 인간으로 성숙했다(또는 밀려나지 않았을까?).
경제적 인간((homo oeconomicus)과 소비하는 인간(homo consumens)은 사회적 유대 없는 남녀노소들이다. 그들은 시장 경제의 이상적 거주자들이며, GNP를 지켜보는 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간 유형들이다.
그들은 또한 픽션들이다.」*
15/10/10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리퀴드 러브. (권태우 & 조형준, Trans.).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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