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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대는 상품으로 팔 수 없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인간의 유대는 상품으로 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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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제에 의해 초래된 긴장이 폭발할 정도까지 이르지 않는 것은 '도덕 경제'라는 안전벨브 덕분이다. 시장 경제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쓰레기들'이 통제 불능 상태로까지 치닫지 않는 것은 '도덕 경제'라는 쿠션 덕분이다. 교정하고 중화시키고 완화하고 녹이고 보상해주는 도덕 경제의 개입이 없다면 시장 경제는 자기 파괴적 충동을 드러낼 것이다. 시장 경제가 날마다 구원받고/부활하는 기적같은 현상은 이 경제가 그러한 충동을 끝까지 쫓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만약 시장 경제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에 오직 경제적 인간과 소비하는 인간만 받아들여진다면 상당수 사람들은 거주권을 받을 수 없을 것이며, 언제 어디서나 상주할 수 있는 합법적인 거주권을 맘껏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불필요한, 시장 경제로서는 자신이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잘라내고 금하고 싶은 회색 지대로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 연대의 필요는 시장의 공격도 견뎌내고 살아남는 것만 같다 ― 그렇다고 시장이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필요가 있는 곳에는 이윤의 기회도 있다 ―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연대나 다정한 미소와 함께함이나 곤궁할 때 도와주기 같은 것들조차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모든 재간을 동원한다. 그들은 거듭 성공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실패한다. 상점에서 파는 대용품들이 인간적 유대를 대체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쇼핑 대상이 되면 유대는 상품으로 변질된다. 즉 시장에 의해 지배되는 또 다른 영역으로 옮겨지며, 함께하고픈 욕구를 만족시켜주며, 오직 함께해야만 품을 수 있고 살아 있는 것이 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유대이기를 그친다. 그것은 오직 함께함으로써만 생생하게 경험되고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사회성에 감추어져 있는 미개발의 자본을 쫓으려는 시장의 노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15/10/12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리퀴드 러브. (권태우 & 조형준, Trans.).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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