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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를 괄호칠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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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이 무엇인지는 현상금이 걸린 미제의 수학 문제처럼 초유의 천재가 나오지 않는한 도저히 풀 수 없는 지독히 어려운 지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보통 수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막연하게나마 가슴으로 느끼고 아는 것이다. 학자들이 할 일은 그런 것을 조금 더 명료하게 논리적으로 정리해 주는 것일 뿐이다. ...

그럼에도 그것이[공공성과 정의]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것은 단지 이상이나 이론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자신이 모두 강력한 이해관계의 당사자요, 주체이기 때문이다. ...

그러나 자신이 이해관계의 주체라는 인식은 그 이해관계를 괄호칠 수 있는 능력, 자기 인식가지 포함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이 점을 놓쳤다. 그런 까닭에 일견 현실적으로 보이는 입론이 지극히 비현실적인 결론에 빠진다. 모든 이해관계를 계량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 끼운 첫 단추인 셈이다. 완전 정보를 전제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제1가설이자 합리적 선택 이론의 이론적 꽃이라고도 할 애로-드브루 가설(Arrow-Debreu Theorem)부터가 흔들린다. 완전 정보라는 가설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런 전제 위에서 사실상 무한한 (미래까지를 포함한) 이해관계를 모두 계량하고 그 위에서 정책적 중화점을 찾아낸다는 가설도 성립할 수 없다. 이해 주체를 다기하게 분화해 낼수록 주체 간의 분쟁은 증가하고 도대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14/08/01

* 김상준, <미지의 민주주의>

김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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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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