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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모두 소비자 본문

명문장, 명구절

오늘날 우리는 모두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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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 전에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가 말했듯이, 온갖 종류의 사회적 불평등은 모두 사회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뉜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열렬히 갖고 싶어하는 대상, 바꿔 말하면 못 가지게 될 경우에 가장 분개하는 대상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유럽에서는 이백 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많은 곳들에서는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그리고 극히 드물긴 하지만 부족 간 전쟁이나 원주민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는 오늘날에도, 못 가진 자와 가진 자를 싸움으로 이끌고 간 것은 주로 빵이나 쌀의 항구적인 공급 부족이었다. 하지만 신, 과학, 기술 그리고/혹은 합리적인 정치적 프로젝트들 덕택에,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분열이 완전히 종식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와 반대로, 오늘날에는 너무나 원하지만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결렬한 분노를 일으키는 대상들이 많고 다양하다. 그것들의 수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고, 그것들을 갖고 싶은 충동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것들을 갖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분노, 굴욕, 앙심, 원한과 더불어,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파괴의 충동도 커지고 있다. 상점을 약탈하는 행위와 상점에 불을 지르는 행위는 둘 다 동일한 원천에서 나온 것으로 동일한 갈망을 충족시킨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소비자다. 그냥 소비자가 아니라, 다른 무엇보다도 소비자이며, 권리상, 의무상 소비자다. 9·11 사태가 발생한 다음 날, 조지 부시가  미국민들에게 충격을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부탁하면서 찾아낸 최선의 행동 수칙은 '쇼핑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이런 정도로 그리고 이렇게 쉽게, 우리는 하나의 소비 대상을 처분하고는 그것을 사회적 지위와 성공적 삶을 위한 경쟁에서 우리가 올린 득점을 측정하는 주요 척도인 '새롭고 향상된' 소비 대상으로 대체한다. 우리는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 만족으로 가는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문제들의 해결책을 상점에서 찾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상점들을 자신의 삶과 삶 일반에 존재하는 모든 질병과 고통을 치유하거나 완화시켜줄 약들로 가득 찬 약국으로 생각하도록 훈련받는다. 그리하여 상점과 쇼핑은 실로 완전히 종말론적 차원을 획득한다. 사회학자 조지 리처(George Ritzer)의 명언처럼, 슈퍼마켓은 우리의 사원이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쇼핑 목록은 우리의 '성무일도서'이고 쇼핑몰을 거니는 것은 우리의 순례가 된다. 충동구매와 보다 매력적인 물건들로 바꾸기 위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물건들을 처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열광시키는 감정이다. 소비의 즐거움의 충만은 삶의 충만을 의미한다. 나는 쇼핑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쇼핑할 것인가 쇼핑하지 않을 것인가는 이제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What are we then? We are consumers. We’re the byproducts of a lifestyle obsession."


- Tyler Durden, <Fight Club>


15/08/10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안규남, Trans.).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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