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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주의 사회의 패배자들은 열등한 인간이라는 사회적 선고를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굴복한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소비주의 사회의 패배자들은 열등한 인간이라는 사회적 선고를 받아들이고 체념하고 굴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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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희생자들이 오히려 경쟁이 초래한 사회적 불평들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공공연히 비난받는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공적인 평가에 동의해 자신들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모욕에 상처까지 더해지고, 불행으로 입은 상처에 비난의 소금까지 뿌려지는 것이다.


2011년 영국 토트넘에서 일어난 실패한/실격된 소비자들의 폭동처럼, 때로는 축적된 분노가 폭발해 일시적인 파괴의 광란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는 소비주의 사회의 기본 교리에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잠깐 동안이라도 소비자 천국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궁핍한 자들의 필사적인 욕망의 표현일 뿐이다. 행복 추구는 곧 쇼핑이라는 것, 행복은 상점 진열대에서 찾아야 하고 상품 진열대에서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오늘날 이것은 자명한 공리다. 


사회적 열등의 선고에 대한 희생자들의 동의까지 더해지게 되면, 불평등의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 귀속은 굴욕에서 자라난 반대 의견이 다른 방식으로 조직된 사회에 근거한 만족스러운 삶의 대안적 방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활용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해한다. 반대 의견은 인간들끼리의 공생의 다른 측면들 대부분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반대의견은 '탈규제'되고 '개인화'된다. 부정의하다는 느낌은 평등의 확대를 위해 쓰이는 대신에 가장 가까이 있는 소비주의의 전초 기지들로 다시 흡수되며, 또한 잘 응집되거나 융합되지 않는 무수히 많은 개인적 불만들로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다른 개인들에 대한 선망과 복수의 산발적 행위들로 파편화된다. 분노의 산발적 분출은 일반적으로 길들여져 갇혀 있는 유해한 감정들에게 잠시 해방과 휴식을 가져다 주지만, 이는 일상생활 속에 존재하는 혐오스러운 부정의들에 대한 체념과 얌전한 굴복을 좀더 견디기 쉽게 해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던진 예리한 경고의 말처럼, '만일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의사 사건들이 무산자들의 시선을 절망이 아닌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면 (···) 초일류 부자들은 거의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


15/08/10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안규남, Trans.). 동녘. 발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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