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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있어야만 학문이 정당화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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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은 실천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경구가 얼마나 근거 없는 가정에 의거한 것인가는 오래전 어느 학생이 내게 보낸 이메일 질문을 통해서도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저명한 교육학 교수님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어째서 공교육은 파행의 길을 가고 학생들과 부모들은 입시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을까요?" 이 학생은 내가 가르치는 서강대학교 학생도 아니었고 자기 신분을 밝히지도 않았지만, 진심 어린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있는 질문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간략히 이렇게 답했다. "이론과 실천의 관계는 매우 복잡해서 간단하게 이론이 실천을 변형시키고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이론과 실천의 관계에 대한 김경동의 이러한 단순한 가정은 다음과 같은 추론으로 '비약'한다. "비록 아카데미즘을 견지한다 해도 그 내용에서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유용한 이론적 담론이나 실천적 시사점' 같은 것을 담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김경동의 주장대로 학문연구가 꼭 한국사회 발전에 유용해야 하고 실천적 시사점이 있어야 정당화된다면, 교육학은 당연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교육학은 그간 가장 큰 골칫거리로 대두한 한국의 교육현실을 개선할 "유용한 이론적 담론이나 실천적 시사점"을 전혀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학은 예외라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문학과 철학을 포함한 여러 인문학 분야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어디서도 '시사적 유용성'이나 '유관 적합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15/07/23


* 김경만. (2015).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 한국 사회과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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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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