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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지배하는 세계를 뒷받침하는 그들만의 논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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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지배하는 세계를 뒷받침하는 그들만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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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작은정부, 규제철폐, 시장만능을 주장하다가 위기만 닥치면 그토록 받들던 '시장논리'를 거부하고 막대한 세금을 통해 제일 먼저 살려줄 것을 요청하는 그런 논리. 시장을 지배하는 강자들의 논리. 수학으로 위장된 그것의 교묘한 정당화, 주류 경제학.


「경제학은 스스로를 객관적이며 불편부당하고 초연한 과학이라고 간주하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이론은 자신이 묘사하는 현실에 거꾸로 영향을 주며 때로는 매우 놀라울 정도다. 예를 들어 신고전파 경제학은 안정성과 대칭성, 합리성을 강조하며 금융 분야의 역할을 경시하는 이론(애로-드브뢰 경제 모형은 금융 분야를 전혀 포함시키지 않는다)으로 불안전하고 불공정하며 은행이 지배하는 세계를 뒷받침하는 그들만의 논리가 되었다.


이것은 주류 경제이론에 관한 매우 곤혹스러운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경제가 공정하고 안정적이며 최적화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의 부 상당수를 실제로 지배하고 있으며 따라서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꿰뚫고 있어야 할 금융 분야의 회사들이 정작 여기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고전주의의 싱크탱크를 후원하는 동시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평등과 불안정성을 조장한다. 이 회사들은 변동성을 바탕으로 먹고사는데, 가격 변동에 대한 투기로 돈을 버는 탓이다. 만일 시장이 정말로 효율적이라면 가격 변화는 적고 완전히 무작위적이어야만 하며, 따라서 그로부터 이윤을 얻는 것 또한 불가능해야 한다. 그것은 웅덩이에서 서핑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은 왜 있어야 하는 것일까? 만일 경제가 효율적이며 자기 안정적이라면, 그리고 시장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연방준비은행이 나서서 금리를 조정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냥 은행이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이율을 조정하도록 놔두면 되지 않을까?


또 하나, 신고전주의 이데올로기가 그토록 견고하고 널리 퍼져 있다면, 은행은 왜 경제가 호황일 때는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가 좋다고 외치면서, 위기가 닥치면 납세자에 의해서 구제받는 최초의 회사가 되는 것일까?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파산하도록 놔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것이 그들이 신봉하는 원칙에 충실한 것 아닐까? 결국 이 모든 것들은 헛소리라는 것이다.」*


15/03/18


* 데이비드 오렐. (2011). 경제학 혁명: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김원기, Trans.). 행성B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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