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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위장된 학교에서 가르쳐지는 경제학 신화 본문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동문들의 인맥, 제도화된 성차별, 여성의 과소대표가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들은 그 자체로는 경제체계의 재균형을 방해하는 주된 장애물이 아니다. 진짜 장애물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주류 경제이론이다. 이것은 복잡성을 단순한 법칙으로, 인간의 동기를 차가운 계산으로 환원시키는 세계관이자 사고방식이다. 줄리 넬슨에 따르면 경제학은 '초연함, 수학적 추론, 형식성, 추상'이라는 남성적 방법론을 '연결성, 언어적 추론, 비형식성, 구체적인 세부사항'이라는 여성적 방법론보다 높이 평가한다. 경제학은 물리학처럼 불편부당하고 초연하며, 단단한 과학이 되려고 노력해왔지만 (부분적으로는 바로 그 때문에) 결국은 특정한 양성의 행동을 승인하고 축복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비선형성, 유동성, 복잡한 상호의존성, 권력의 비대칭성과 같은 문제를 외면하고 말았다. 추상적인 수학적 도구에 의해서만 평가할 수 있는 아주 복잡한 상품(예를 들면 부채담보부 증권)에서 기인한 서브프라임 위기는 그 완벽한 사례다. 나중에 보겠지만 경험적인 현실보다 추상적인 이론을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부터 환경위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화근이 되었다.
밀턴 프리드먼의 90번째 생일 파티에서 그의 제자였던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는 다음과 같은 찬사의 말을 바쳤다.
"그는 '사상은 그 결과를 가져온다'는 진리를 구현한 장본인이다."
마찬가지로 서브프라임 위기는 '경제적 신화가 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경제적 신화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경제는 수학적 법칙에 의해 지배받으며, 따라서 리스크는 방정식을 이용해 통제될 수 있다는 신화
- 개인 혹은 가계는 독립적으로 행동하며 군중행동과는 거리가 멀다는 신화
- 시장은 안정적이기 때문에 미래는 과거와 비슷하다는 신화
- 투자자나 가계 혹은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기업은 합리적이며 각자의 최대 이익과 반하는 어리석은 경제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신화
- 경제학은 스스로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문화적 현상이라기보다는 객관적이며 불편부당한 수학적 과학이라는 신화
마지막으로 '자유시장은 공정하기까지 하다'는 신화가 있는데, 이것은 다음 장에서 논의할 주제다. 서브프라임 이야기는 사실 다양한 각도에서 볼 때 리스크의 문제라기보다는 권력의 문제였다.」*
15/03/14
* 데이비드 오렐. (2011). 경제학 혁명. (김원기, Trans.). 행성B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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