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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 속의 홀로그램

모험러

「합쳐서 볼 때 데이비드 봄과 프리브램의 이론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롭고 심오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의 뇌는 궁극적으로 다른 차원, 즉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심층적 존재차원으로부터 투영된 그림자인 파동의 주파수를 수학적인 방법으로 해석함으로써 객관적 현실을 지어낸다. 두뇌는 홀로그램 우주 속에 감추어진 홀로그램이다.'


이러한 종합적 결론이 프리브램에게는 객관적인 세계란 최소한 우리가 믿게끔 길들여져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게 했다. '외부에' 있는 것들은 파동과 주파수의 광대한 대양이며, 이 파동과 주파수가 우리에게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지 우리의 두뇌가 이 홀로그램 필름과 같은 간섭무늬를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막대기와 돌과 기타 친숙한 대상들로 변환시켜놓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뇌(자체가 물질파로 이루어져 있는)가 어떻게 하여 파동들의 무늬처럼 실체가 없는 무엇을 딱딱하게 만져질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느껴지게 할 수 있는 것일까? 프리브램은 이렇게 말한다. "베케시가 진동기를 사용하여 흉내냈던 종류의 수학적 과정이 우리의 뇌가 외부 세계의 상을 지어내는 바탕원리다." 달리 말하자면 도자기의 부드러운 촉감과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해변의 모래의 촉감은 사실은 환상지 증후군보다 약간 더 정교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프리브램의 말에 의하면 이것은 도자기나 해변의 모래가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도자기라는 실체는 두 가지의 매우 다른 측면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그것이 두뇌의 렌즈를 통해 여과되면 하나의 도자기로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렌즈를 제거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간섭무늬로서 경험할 것이다.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느 쪽이 환상인가? 프리브램은 말한다. "나에게는 둘다 현실이다. 아니, 달리 말하길 원한다면, 둘 다 현실이 아니다."


사물의 이러한 성질은 도자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라는 현실 또한 매우 다른 두 가지 측면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자신을 공간 속을 움직이는 물리적 객체로 볼 수 있다. 혹은 우리 자신을 홀로그램 우주 전반에 깃들어 있는 간섭무늬로 볼 수도 있다. 봄은 이 두 번째 시각이 오히려 더 옳을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을 홀로그램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 홀로그램 마음/두뇌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허구화, 즉 본질적으로 불가분한 두 사물을 분리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전일성이라는 개념을 홀로그램 속의 사과와 같이 외부에 있는 사물에서 이해하기는 비교적 쉽다.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 경우 우리가 홀로그램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자신이 홀로그램의 일부인 것이다.


어렵다는 것은 봄과 프리브램이 우리의 사고방식 속에 얼마나 급진적인 변혁을 일으켜놓으려고 하는지 알려주는 또 하나의 표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두뇌가 외부에 대상을 지어낸다는 프리브램의 주장도 봄의 또 다른 결론에 비하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즉, '우리는 시간과 공간까지도 지어낸다'는 것이다.」*


15/02/23


* 마이클 탤보트, <홀로그램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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