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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다중우주론 본문
나는 전에 현대 물리학의 빅뱅이론이 장재 기철학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좀 과장된 비유를 한 적이 있다. 같은 비유를 또 써먹어 말하자면, 현대 물리학의 다중우주론은 불교 화엄사상의 각주에 해당할 것이다.
「일부의 고대 사상가들은 한낱 말에 만족하지 못하여 더욱 정교한 비유를 동원하여 실재의 홀로그램적 본질을 표현했다. 힌두 아바탐사카 수트라의 저자는 우주를 신화 속의 인드라 신의 궁전 위에 걸쳐져 있는 진주그물에 비유하여 이렇게 말한다. "이 그물은 정교하게 짜여 있어서 하나의 진주를 들여다보면 다른 모든 진주들이 그 속에 비쳐 보인다. 마찬가지로 우주 속의 모든 대상은 그 자체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대상들과 연결되어 있다. 아니, 사실상 그것은 곧 다른 모든 것들이다."
7세기에 창시된 불교 화엄사상의 창시자인 파창(Fa-Tsang)도 만물의 궁극적 상호연결성과 상호침투성을 표현하기 위해 이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비유를 사용했다. 우주의 모든 부분들 속에 온 우주가 숨어 있다고 주장한 파창은(그는 또 우주의 모든 곳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우주를 하나의 보석이 다른 모든 보석을 무한히 비추고 있는 다차원 보석그물에 비유했다.
우 황후가 파창에게 그래도 잘 이해하기가 어려우니 좀더 명확히 가르쳐달라고 하자 파창은 벽과 천장과 바닥이 온통 거울로 된 방 안에 촛불을 하나 가져다놓았다. 그는 우 황후에게 이것이 일체(一, One)의 만물(多, many)에 대한 관계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 그는 잘 닦인 수정을 방 한가운데 놓고 주위의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 그것을 가리키며 이것은 만물의 일체에 대한 관계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주가 한낱 홀로그램이 아니라 홀로무브먼트임을 강조하는 데이비드 봄과 마찬가지로 파창은 자신이 보여준 것은 정지된 하나의 단면이며 그것은 우주 안의 만물 간 상호연결성의 역동적이고 끊임없는 변화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5/02/23
* 마이클 탤보트, <홀로그램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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