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작가 (15)
모험러의 책방
https://youtu.be/bg8w0GuODkg 레이먼드 챈들러가 말하는 작가가 되는 법, 혹은 글을 잘 쓰는 법. 모험러 2013/02/28 - 빅슬립(Big Sleep)
『장르 글쓰기 01: SF·판타지·공포』는 장르 문학계 고수들의 값진 조언으로 가득하다. 구체적인 작법에 관한 조언도 있지만, 장르 소설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핵심 자질들을 어떻게 북돋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주고 있다. 이를테면, 백지 공포(작가의 장벽, writer's block)는 어떻게 극복할까, 착상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신비롭거나 무서울까, 생동감 있는 인물은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까, 자료 수집은 어느 정도나 해야 하는 것일까, 편집자들은 원고의 몇 페이지나 읽고 계약을 결정할까, 장르의 클리셰는 얼마나 알아야 할까 등등. 이 책에 글을 남긴 수십 명의 현역 작가들은 모두 살벌한 경쟁을 뚫고 글쟁이로 살아 남은 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말한다. 믿고 일을 맡길 ..
느리게 쓴다. 이것이 저자 루이즈 디살보가 유명 작가들의 편지, 일기, 인터뷰 등을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을 47가지 버전이나 쓴 후에야 결정했다. 퓰리처상 수상자 마이클 샤본은 '텔레그래프 애비뉴'(Telegraph Avenue)를 완성하는 데 5년 가까이 걸렸다. 버지니아 울프는 하루 세 시간씩 글을 썼는데, 하루에 쓴 분량은 약 535자였다. 이는 창작 능력이 최고조로 달해 있을 때였다. 긴 말 할 것 없이 최고의 작가들이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보자. "예술의 대부분은 기교다. 기교를 배우려면 끈기 있게 시간을 버텨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오르한 파묵(Orhan Pamuk) "하루에 두 페이지를 쓰면 주말 즈음에는 열 페이지가 되어 있..
글쓰기에 몰입된 상태의 그 독특한 감각. 그것을 몽유병 상태라 부르든, 최면 상태라 부르든, 명상 상태라 부르든, 알파파 상태라 부르든, 예술적 혼수 상태라 부르든, 그 상태로 쉽게 진입할 수 있고, 진입한 후에는 유지할 수 있으며, 빠져나와서는 비판적 자아를 작동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작가의 핵심 능력이라고 도러시아 브랜디는 『작가 수업』에서 말한다. 모든 작가들은 저마다 의식하지 못한 채로 자기만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 그 의식은 천차만별이다. 승마, 뜨개질, 카드놀이, 산책, 조각, 바닦 닦기···. 하루키의 의식은 아마도 마라톤과 영문 번역일 것이다. 공통점은 요행이든 계획된 것이든 마음의 수면 저 뒤편으로 스스로 빠져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배울 수 있다. 습관으로 만들 수..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은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 책이고, 소설가의 정신 세계가 궁금한 사람도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이 책은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준다. 좌절은 소설가가 되는 건 운이라는 것이다. 타고나야 한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운명론적인 느낌이 드니 일단 운이라고만 해두자. 하루키는 야구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시다 생각한다. '그래, 소설을 써야 겠다.' 이것은 하루키 본인도 영어의 에피퍼니(epiphany)라는 단어를 빌려 말하는 바, 일종의 계시다. 사도 바울이 느닷없이 계시를 받아 사도의 삶을 살기 시작했듯, 하루키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와 소설가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계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종의 예언도 이루어진다. 생애 처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