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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위쳐 운명의 검(한국어판),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왜 '예정된 운명'일까? 폴란드어 원서에 그렇게 돼 있던 걸까? 영문판의 제목은 Something More다. 난 영어판의 챕터 제목이 더 적절한 거 같다. 무슨 뜻일까? 사람이 맺어지는 데에는 운명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엔 뭔가가 더 필요하다. 그 '뭔가'에 인간의 마음, 인간의 의지가 깃들어있다. 게롤트와 시리는 예정된 운명이었기 때문에 만난 게 아니라, Something More, 다시 서로에게 닿고자 하는 의념과 의지가 있었기에 만난 것이다. 바로 그렇기에 둘의 상봉 장면은 읽을 때마다 눈물 짓게 한다. 넷플릭스 위쳐는 바로 이 점을 이해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던 거 같다. 아예 챕터 제목조차 친절히 Something More라고 적어주었음에도(게롤..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 신비로운 건 시간과 공간의 그 결정론적인 성질이 아니다. 진짜 신비로운 건 그럼에도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뇌하고, 선택하며, 친구를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심지어 이방인을 위해, 때론 자기를 희생한다는 것이다. 테넷과 위쳐, 둘 다 엔딩에서 우로보로스의 원은 완성된다. 필리파가 최후에 깨닫는 바, 운명(destiny)은 왜 희망인가?("Destiny isn’t the judgements of providence, isn’t scrolls written by the hand of a demiurge, isn’t fatalism. Destiny is hope."*) 헤겔이 말했듯, 정신은 자유를 향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종말이라는 운명(fate)에 맞서,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