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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털루 전투라는 우연, 운명, 수수께끼 본문
"1816년 6월 17일에서 18일에 걸쳐 밤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유럽의 미래가 달라졌을 것이다. 비가 몇 방울 더 많았냐 적었냐 하는 것이 나폴레옹의 운명을 가름했다."
"운명이라는 저 신비로운 피고에 대해서는 순박한 재판관인 민중의 판단에 따를 것이다."
"역사인 이 밝은 빛은 참으로 무자비해서 불가사의하고 신성한 어떤 것을 지니고 있으며, 빛이면서도, 아니 빛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빛만 보려는 자리에 그늘을 던지는 일도 허다하다."
"기하학은 오류를 가져오고, 폭풍만이 진실을 전한다."
"아우스터리츠에서 침울했던 그[나폴레옹]가 워털루에서는 명랑했다. 위대한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도 그런 실수를 한다. 우리들 인간의 기쁨은 그림자에 불과할 뿐 최상의 미소는 신의 것이다."
"농부가 머리를 한 번 가로저었기 때문에 나폴레옹이 파멸하게 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 밖에도 피할 길 없는 재앙이 잇따라 발생했다. 도대체 나폴레옹은 이 전투에서 이길 가망이 있었을까? 우리는 아니라는 대답을 한다. 왜냐고? 웰링턴 때문인가? 블뤼허 때문인가? 아니다. 그것은 신의 뜻이기 때문이다.
… 인류의 운명에서 이 사람의 과도한 비중이 형평성을 깨뜨리고 있었다.
… 아마도 물질세계처럼 정신세계에도 규정된 중력 관계가 있어, 그 관계의 바탕이 되는 원칙과 요소가 불만을 토로했으리라. 넘쳐흐르는 피, 그득한 무덤, 눈물로 지새우는 어머니들은 무서운 고발자들이다. 대지가 너무도 무거운 압력에 시달리게 되면 신비로운 신음 소리가 어둠 속에서 일어나 무한한 깊이까지 그 소리를 듣게하는 법이다. 나폴레옹은 시대를 뛰어넘어 고발되었고, 그의 몰락은 이미 예정된 상태였다. 그는 신의 뜻을 거스르고 있었다."
"운명이란 이런 모양으로 바뀐다. 세계를 지배하는 제왕의 옥좌를 기대했건만 세인테 헬레나가 눈앞에 나타나는 식이다.
만약에 블뤼허의 부관 븰로의 길잡이였던 목동이 숲으로 진출하려면 플랑스누아 아래로 가는 것보다 프리슈몽 위쪽으로 돌아가는 것이 훨씬 좋다고 가르쳐 주었더라면 19세기는 아마도 오늘날과 달라져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됐더라면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이겼을 것이다."
"전투가 두 시간 더 빨리 시작됐더라면 오후 4시에는 끝났을 테고 블뤼허는 나폴레옹이 이미 승리를 잡은 뒤에야 전장으로 달려올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무한에 어울리는 엄청난 우연이란 항상 그런 식이다."
"인간을 초월한 힘이 이 하루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의 머리는 공포로 수그러졌다. 그래서 그처럼 위대한 정신들이 고스란히 항복했다. 유럽을 정복했던 그들도 이제는 손을 들고 땅 위에 쓰러져, 할 말도 없고 행동할 어떤 것도 없이, 다만 그 그림자 속에 어떤 무시무시한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이것이 그들의 운명이었다.' 이날 인류의 앞날에 대한 예상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워털루, 그것은 19세기의 돌쩌귀와 같다. 그 위인의 소멸은 위대한 세기의 도래를 위해 필요했다. 반항의 말을 허락하지 않는 어떤 것이 그 일을 감당했던 것이다. 영웅들이 두려움에 떨며 뒷걸으질 치는 것도 다 이런 까닭 때문이었다. 워털루 전투 속에는 풍운 이상이며 유성과 같은 것이 있었다. 바로 하느님이 지나가신 것이다."
"워털루 전투는 하나의 수수께끼다.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똑같이 불가해했다. 나폴레옹에게는 이 전투가 하나의 공포였다."
"워털루는 역사상 가장 불가사의한 전투로, 나폴레옹과 웰링턴은 서로 적이 아니라 상반되는 양극일 뿐이었다. 대립을 좋아하는 신도 전에는 이처럼 사람을 놀라게 한 대조와 이렇게 기이한 비교를 빚어내지는 않았다."
"워털루 같은 전투에서 우리가 먼저 무엇보다도 감탄하는 것은 놀라울 만큼 교묘하게 우연이 개입했다는 점이다. 밤에 내린 비, 우고몽의 방어벽, 오앵의 골짜기 길, 대포 소리를 듣지 못한 그루시, 나폴레옹을 속인 그의 길잡이, 뷜로를 재치 있게 이끈 길잡이와 같은 모든 것을 살펴보더라도 큰 변동은 정말 교묘하게 조종되고 있었다. 그리고 뭉뚱그려 말하자면 위털루에는 전투가 아닌 학살이 있었다."
"이 직공에게 쓸모없는 연장이란 하나도 없다. 그는 알프스를 넘었던 그 사람도, 엘리제 노인이라고 불린 그 절름거리는 불구의 착한 노인도, 조금도 당황하는 일 없이 자기의 신성한 일에 끌어들인다. 그는 중풍환자, 정복자 할 것 없이 다 이용한다. 바깥에서는 정복자를, 안에서는 중풍 환자를 이용한 워털루는 유럽 여러 왕조의 붕괴를 황급히 칼로 막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혁명의 작업을 지속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군도를 차고 뽐내는 시대는 가 버리고 사상가의 세상이 왔다. 워털루는 세기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려고 길을 가로막았지만, 세기는 그 위를 뛰어넘 채 제 길을 계속 간다. 그 불길한 승리는 자유에 의해 격파당했다."
"젊은 세대의 타오르는 눈은 미래 쪽으로 쏠렸는데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자유′라는 미래와 나폴레옹이라는 과거를 같이 흠모했다. 패배가 패자를 위대하게 만든 것이다. 쓰러진 보나파르트가 서 있는 나폴레옹보다 더 커 보이는 셈이다."
"이것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워털루다. 하지만 영원에 비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모든 비바람, 그 모든 먹구름, 그 전쟁, 그리고 그 평화, 그 모든 어둠, 그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저 거대한 눈의 광채를 한순간도 흐리게 만들지는 못했다. 그 눈앞에서는 풀잎에서 풀잎으로 옮아가는 진딧물도, 노트르담의 종탑에서 종탑으로 날아가는 독수리도 모두 평등한 것이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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