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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사회구조 아래는 이처럼 무섭도록 복잡한 폐허가 있고 다양한 종류의 동굴이 있다. 종교의 갱도, 철학의 갱도, 정치의 갱도, 경제의 갱도, 혁명의 갱도가 있다. 어떤 사람은 사상을, 어떤 사람은 수학을, 어떤 사람은 분노를 목표로 곡괭이로 파 들어간다. 이 동굴에서 저 동굴로 사람들은 서로 부르고 또 대답한다. 유토피아는 그들 갱도를 통하여 지하 속으로 들어간 뒤 거기서 사방에 가지를 뻗치는 것이다. 가끔은 서로 만나 손을 잡기도 하는데 장 자크는 디오게네스에게 자기 곡괭이를 빌려 주고, 디오게네스는 장 자크에게 자기 불을 빌려 준다. 때로는 유토피아와 유토피아가 서로 땅속에서 싸울 경우도 있어 칼뱅은 소시니아스의 머리를 움켜잡는다. 그러나 그런 모든 힘들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그 광대한..
「자본은 점점 더 사회적 권력으로 나타나지만, ······ 자립해 있는 소외된 권력으로 나타나며, 사물로서 사회와 대립하고, 그리고 이러한 사물을 통해 개별 자본가의 권력으로서 사회와 대립한다. 다른 한편 끊임없이 증대하는 대중은 생산조건들을 빼앗기고 생산조건들이 그들을 지배하는 것을 발견한다. 자본이 지닌 일반적·사회적 권력과 이런 사회적 생산조건을 지배하는 개별 자본가의 사적 권력 사이의 모순은 점점 더 두드러지며, 이 관계의 해체를 암시한다. 이 모순은 동시에 생산의 물질적 조건이 일반적·공동체적·사회적 생산조건으로 발전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Economic Manuscript of 1861-63, CW33, 144). 이윤율 저하의 법칙이 경제학자들에게 불러일으킨 공포를 제쳐두더라도, 이 법칙..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Cornelius Castoriadis)의 『서양의 파산(Le délabrement de l'Occident)』을 인용해보자. 자율적인 사회, 진정 민주주의 사회는 미리 주어진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는 사회이며, 그리하여 새로운 제반 의미를 창조하도록 해방하는 사회이다. 그러한 사회에서 모든 개인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서 그들이 하고자 하는(그리고 할 능력이 되는) 창조를 자유롭게 한다. 사회는 일단 '확실시되는' 의미란 없다는 것, 그 사회가 혼란을 바탕으로 살고 있다는 것, 사회 그 자체도 하나의 형식이지만 최종 고착되는 일이 없는 그러한 형식을 추구하는 일종의 혼란임을 스스로 알게 될 때 진정 자율적 사회가 된다. 확실히 보장되는 의미들 ― 절대적 진실, 미리 지정된 행동..
「그러나 만일 자기 확신 ― '현재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다'는 확신감 ― 이 진보에 대한 믿음이 자리할 유일한 기초라면, 우리 시대에 믿음이 불안정해지고 취약해진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왜 그리 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먼저, '세상을 앞으로 가게끔 하는' 힘이 뚜렷하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액체 근대를 맞이한 우리 시대의 가장 통렬하면서도 해답이 요원한 질문은 (세상을 더 나은,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이다. ... 기 드보르를 인용하자면, "통제센터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 유명한 지도자나 분명한 이데올로기가 그 중심을 점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두번째로, 실천주체가 ― 어떤 실천주체이든지 간에 ― ..
「오늘날 유권자의 상상력에 호소할 수 있으며, '좋은 경제 정책'은 '좌파적 경제 정책'일 수 있다고 설득시킬 수 있는 뚜렷하게 '좌파적' 비전이나 신뢰할 만한 강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3의 길'이라는 사유 노선을 따를 때 '좌파적'이라는 것은 우파가 완수하길 원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을 보다 철저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처 하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던 생각, 즉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개인과 가족들만 존재한다'는 생각에, 그녀의 무자비한 개인화, 사사화[민영화], 규제 완화라는 생각에 제도적 토대를 놓아준 것은 블레어의 '신노동당'이었죠. 프랑스의 사회적 국가를 해체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프랑스 사회당이었습니다. 그리고 동부와 중부 유럽의 '탈-공산당' 정당들 ―..
「'사사화'(사유화, 민영화)는 사회적으로 양산된 문제들에 맞서 싸워 해결하려는 과제를 개별적인 남녀의 어깨 위로 옮겨놓습니다. 대부분 불충분한 기술과 부족한 자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취약한 형편입니다. 이에 반해 '사회적 국가'는 도덕적으로 대단히 파괴적인 경쟁 만능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남보다 한발 앞섬'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 속에서 구성원을 단결시키려고 합니다. 개인적 불행과 그 결과들에 공동체가 나서 집단적으로 보호 수단을 제공한다는 원리를 촉진할 때 국가는 '사회적'입니다. '상상된' 사회를 '현실적 공동체' ― 이것은 뚜렷이 느껴지며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습니다 ― 수준으로 격상시킵니다. 그리하여 불신과 의심을 낳는 (존 던John Dunn의 용어..
「음,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수백 년이나 된 떡갈나무들도 모두 하나의 작은 도토리에서 시작되었죠. 이는 통계들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여론 조사를 해보면 우리는 대부분 다수의 힘에 이끌리지요. 물론 각각의 의견이 다를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다수 의견을 배후로 갖는 생각들로부터 자신의 입장을 이끌어냅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다수는 결국 또 소수에서 시작된 것들이죠. 그래서 어떤 변화의 주체나 기관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예측해보자면, 어떤 식으로든 파편적으로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자연발생적으로 집합체를 이루는 ‘정서의 공동체’라는 형태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때때로 하나의 중심을 갖는 힘으로 결집되기도 하고, 스스로 제도화를 거쳐 기관을 탄생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언제..
「공동선에 대한 물음은 우리 시대의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보다 나은 세계가 가능하다는 전망과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비전 없이는 현대 사회의 발전은 멈추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정치적 토론의 장에서 ‘좋은 사회’의 모델에 대한 사유와 논쟁이 더 이상 중요한 공적 의제로 설정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은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한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안적인 세계가 불가능하다는 회의주의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이지요. 보편적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막상 ‘좋은 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려고 하면, 무엇이 문제 지점인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
「행동심리학자 댄 애리얼리는 에서 “우리는 두 개의 세계에 산다. 하나는 사회적 교환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 교환의 세계다.”라고 썼다. 사회적 교환은 '따뜻하지만 애매한' 것으로 도움의 제공, 선물의 교환, 이웃과의 협업, 자원봉사 등을 말한다. 여기서의 행위는 그 자체로 즉각적인 이익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반대로 시장 교환은 '칼 같은' 것으로 임금, 보수, 가격에 대한 계산에 기초를 둔다. 사회적 규범은 우뇌적이고 직관적이다. 반면 시장 규범은 좌뇌적이고 계산적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세계를 각각 분리시켜 생각하는데, 만일 우연히 혹은 고의적으로 둘을 섞는다면 온갖 오해가 생겨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일례로 심리학자들이 탁아소에서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온 부모에게 ..
'효율적 시장'을 위해 짜맞춰지고 갈려나가는 인간들. 경제학에서는 이론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이론을 위해 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의 영향력은 얼마나 지속될까? 서구 사회는 수세기에 걸쳐 차근차근 스스로를 분석하고 작은 단위로 쪼개왔는데 ― 개별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공동체 감각의 쇠퇴와 동시에 증대되어왔다 ― 특히 이러한 경향은 1960년대 이후 가속화되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들은 요즘 사람들이(물론 자기 자신은 예외다.) '점점 파편화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하다'고 본다. 경제적인 세계관의 핵심에 이러한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면 ― 이 세계관은 우리의 심층적인 과학적 전통과 단단히 결합되어 있다 ― 그것은 그것이 묘사하는 사회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
"(헤겔이 분명히 지적하길) 진정한 자유는 사회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가 서로를 통해 그리고 서로에 의해 주고받는 자유다."* (Real freedom is not freedom from society but the freedom provided for one another by and through our social being.) 14/12/17 * A. F. Pomeroy, 헤겔
"여기에 우리는 가능성이 무한한 우주 앞에서 유한한 존재와 육체적 감각을 갖추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은 실재(actuality)입니다."* "무한한 것과 유한한 것 사이의 관계는 바로 내가 말하려고 한 것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유한하지만 그런 유한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러 무한한 가능성에 둘러싸여 있고,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은 그런 무한한 것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파악하는 데 있습니다. 나는 인간이 직면한 무한한 여러 가능성에 대하여 내가 품고 있는 이런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한한 선택의 다양성, 새롭고도 아직 시도되지 않은 조합의 가능성, 실험에서의 행운의 전기,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 우리가 실험을 하는 ..
「현재의 진화 이론은, 각 개체는 자손을 최대한 많이 가질 때만이 "유능하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뛰어난 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조차 근본적인 개체는 독자 여러분이나 필자가 아니라 우리 각자의 내부에서 우리를 가차없이 몰아대는 유전자이며, 그 유전자는 극도로 이기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네트워킹의 보편적인 특성을 무시하는 생각이다. 가짜 진공이 이 우주를 낳고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쿼크와 렙톤 같은 존재들은 서로 모이고 흩어지며 정체성을 결정하는 경계들을 세웠다. 그러나 그들의 자주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함께 이어져 있었다. 강력, 약력, 전자기력이 그들을 잡지 못하더라도, 항상 중력이 있었다. 사회적 시스템에서 결합력은 좀더 복잡한 양상을 띠지만, 원칙은 똑같다. 즉, 달릴 수는 있으되..
「진화는 단순한 개인간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네트워크간, 집단 정신간 경쟁이다. 세계관의 문제 해결 능력은 네트워크의 힘에 있다. 사회 집단을 형성하는 상호 작용, 보이지 않게 사회를 묶어 놓는 연결성, 문화를 만드는 네트워크 구조 등은 개인의 존재를 초월하는 힘이며 사회 유기체의 정신이다. 사회 신경 그물의 연결 지점에서 사회적 학습 장치를 움직이는 소모품인 남성이 나타난다. 남성의 소모성은 연구·개발이라는 자연의 계획 가운데 하나이다.」* 14/10/22 * 하워드 블룸, 하워드 블룸
「한 사회가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은 그 사회 또는 그 사회 내부의 특정 계층에 속하는 자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행동양식에 따라 움직이고 싶어하도록 만드는 성격유형을 습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은 그들에게 객관적으로 요구되는 행동을 스스로 원해서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외부적 힘은 내부적 강박으로 바뀌고, 또 그것은 인간 에너지의 특수한 요소에 의해 성격의 한 특성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14/08/26 * 데이비드 리스먼, 에서 봄. 에리히 프롬 고독한 군중
「100년 넘게 마르크스 사회주의는 '사회에 의한 구제'를 약속하는 가장 강력한 세속신앙이었다. 특히 지식층에 있어서 마르크스 사회주의의 엄청난 매력은 그 복잡한 이데올로기나 비현실적이 되어 버린 경제학보다는 종교적인 약속에 있었다. 이제는 누구도 집단적인 힘이 완전한 사회, 혹은 완전에 가까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인류를 만들 수 있다고는 더욱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50년 전에는 그러한 사상이 일반적이었다. 사유재산의 폐지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사회정책이 인간을 바꾸어 새로운 종류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비단 사회주의자만이 아니었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정치사상가가 그렇게 생각했다. 1989년과 1990년에 일어난 사건은 한 시대..
「문화 진화에 대해 생각할 때 특정 사람이나 특정 민족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사람들과 민족들은 태어나고 죽고, 오고 가는 것이다. 그러나 밈은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남는다. 모든 거래니 약탈, 전쟁이 지나간 후에는 사람들의 시신이 여기 저기 널려 있고, 사회 구조는 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화, 즉 사회가 의존할 수 있는 밈의 집합체로서의 문화는 진화해나간다. 결국 사회구조도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새롭게 이용 가능해진 기술적 기반에 말착된 채로. 사회구조가 기술을 따라잡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따라잡게 된다.」* 13/12/29 * 로버트 라이트, 에서 봄. 로버트 라이트
「사실 사회가 저절로 저절로 복합성이 높아지고 사람들이 저절로 점차 한계를 초월하게 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엔트로피, 질서의 발밑을 끊임없이 갉아먹는 관성력을 꺽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진화 과정의 상당 기간 동안 유기체가 진화한 까닭은 스스로 의도해서가 아니라 외부 힘과 경쟁과 사건이 유기체를 그렇게 몰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에서 삶의 질이 영적 불길을 따라 솟구쳐 올라가던 순간, 플로우와 복합성이 하루하루에 녹아 있던 순간은 우연이 아니었다. 문제에 창의적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어떻게 해야 복합성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한 가지 해답은 단순하다. 우리가 각자 자아를 개선하고, 현존하는 체제 내에서 더 나은 사회를 ..
「디킨스에게는 건설적인 제안이 없었고 자신이 공격하는 사회의 본성에 대해 명확한 이해도 없었으며 다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감정적인 지각만 있었을 뿐이다. 결국 디킨스가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인간의 품위를 지키며 행동하라"는 것인데, 앞서 지적했듯이 이 말은 겉으로 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얄팍한 것이 아니다. 혁명가는 대부분 잠재적인 토리당원[보수당원]이다. 그들은 사회의 형태를 바꿈으로써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상상하며 일단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고 나면 종종 그러듯이 다른 어떤 변화의 필요성도 보지 않기 때문이다.」* - 조지 오웰, 「찰스 디킨스」 중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의 품위를 지킬 줄 아는 것은 혁명의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에 견주어 결코 그 난이도가 낮지 않다. 13/10/29 * 조..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작가인 미야베 미유키가 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오해를 각오하고 말하자면, 범죄란 사회가 갈구하는 형태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추리소설은 읽으세요? "읽습니다. 뭘 읽는지는 얘기할 수 없구요. 1980년대엔 생계형 범죄나 원한, 치정 문제가 많았어요. 그런데 9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지존파, 막가파 같은 부류들이 '부자는 다 죽어야 한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이런 투사 같은 얼굴로 사회저항적인 얘길 하면서 등장하죠. 그러다 2000년 초반에 유영철, 정남규 같은 연쇄살인범들이 나타납니다. 지금은 분노하는 범죄가 가장 많아요. 외국에선 그걸 'hate crime'이라고 하고, 한국에선 무동기 범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어요. 이 배경에는 경제적..
맹자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측은지심), 부끄러워하는 마음(수오지심), 사양하는 마음(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시비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이러한 마음을 상실하여 남을 죽이거나 등쳐먹으며 순간순간을 되는대로 사는 사이코패스와, 만물을 나의 형제자매로 여기며 도에 순응하여 순간순간을 깨어 사는 성인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둘 다 두려움이 없고 오직 현재만을 살며 강한 집중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얼핏 비슷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범죄자 중 일부가 매력적이고 고도록 침착하고 지능적이며 죄의식이 없는 사이코패스라는 것, 또 성공한 사람 중 많은 수가 그러한 사이코패스보다 더 사이코패스라는 연구는 사실 그리 놀랍지 않다. 놀라운 것은, 책에서 분류한 성자 성향의 사람들이 사이..
아래는 김현정 앵커와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나눈 대담 일부. 「◇ 김현정 > 용인의 엽기적인 살인사건, 오늘 그 사건의 이면을 파헤쳐봤는데. 사실은 이 사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에 보험금 타기 위해서 옛 애인을 살해하고 지문을 도려낸 사건도 있었고, 40대 공무원이 부인을 살해한 뒤에 토막을 내서 유기한 사건도 있었고. 왜 이렇게 잔혹한 범죄가 계속 증가하는 거죠, 교수님? ◆ 이윤호 > 첫째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 위주로 내몰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전부 다 만인이 만인에 대한 전쟁을 겪고 있어서 그런 잔인성이 더 쉽게 싹틀 수 있는 사회적인 풍토가 있고요. 특히 청소년들 같은 경우는 취업이라든가 진학이라든가 앞으로 진로라든가 장래에 대해서 무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필요한 부모나 학교의 ..
강력계 형사로 40년간 일한 강찬기씨는 1979년 이른바 '금당 사건'을 해결해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금당 사건'은 서울 인사동 골동품점 '금당'의 주인 부부와 운전기사가 한꺼번에 살해된 사건으로, 범인은 "남보다 잘살고 많이 배웠는데도 사람을 죽이는 파렴치한 놈"이었다. 사건을 회고하며 그가 말하길, "그때는 세상에 그런 짓 저지르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어요. ... 그런데 마지막이 아니더라고. 세상에 범죄는 없어지지 않고 더 잔혹해지잖아요. ... 옛날보다 수법도 잔인해지고, 살인이 너무 흔해졌어요. 이젠 살인 사건 일어나도 신문에도 잘 안 나오잖아요. 돈 때문이지, 뭐. 다들 돈이 제일 중요한 게 돼버렸잖아요." 강찬기씨의 아들 강윤석씨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강력계 형사가 되었다. 20..
"진정한 문제는 사회의 어떤 종류의 역할이 내게 가장 적합할 것인가가 아니라, 주어진 순간에 맡게 된 어떤 특별한 사회적 역할에 아랑곳 없이 어떻게 하면 나를 완전히 실현할 수 있는가이다."* - 왕양명 선생이 청년 시절 열심히 탐구했던 것 13/04/05 * 뚜 웨이밍, 에서 봄. 2013/02/03 - 나는 반항한다 2012/10/24 - 하고 싶은 일 왕양명 선생
무연고 사망, 외롭고 쓸쓸한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이 없는 경우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이 있어도 서로 마음이 틀어져서 혹은 서로 피해를 줄까 봐 연을 끊은 경우도 많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서 죽은 사람은 20명은 되는데 가족이 찾아온 것은 단 2명뿐이다. 홀로 죽은 이웃 양씨를 처음 발견한 박모(75)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 있던 가족도 호적에서 파려는 게 이곳의 생리"라고 말한다.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2030은 거대한 '고독사 예비군'이다. 이처럼 무연고 사망이 늘면서 주인이 혼자 살다 사망한 집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부패 악취 등을 제거하는 특수청소업체가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으로 등장했다고 은 전했다.* 12/12/01 * 서울신문, 12-1..
23일 오전 11시, 베트남 이주 여성 김모(27)씨가 유서를 TV에 올려 놓고 딸(7)과 아들(3)과 함께 아파트 18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세 모자의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유서에는 "시집 식구들이 아이들을 못 보게 한다. 아이들이 없으면 살 의미가 없다. ...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해 때리고 ... 행복한 가족으로 살고 싶었지만 오해가 심했다"고 쓰여 있었다. 현재 다문화 가정은 결혼하는 10쌍 중 1쌍 이상이며, 농촌은 외국인과의 결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남성들은 대개 가난하여 다문화 가정의 53.7%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극빈층이다. 김씨는 유서 마지막에 "세 모자를 관 하나에 눕혀서 베트남 땅에 묻어달라"며 "그동안 결혼해 함께 살아준 것만으로 남편을 ..
「종묘공원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성매매를 '연애'라고 불렀다. 성매매나 매춘 같은 용어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 할머니들의 일은 '장사'와 '연애'의 경계에 서 있다. 남산 김 할머니는 "여관에 가서 씻겨달라는 사람, 손잡고 그냥 같이 누워 있자는 사람, 그냥 안고 자자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한푼 보탬이 안 돼도 할아버지들의 넋두리를 귀찮아하지 않았다. 엊그제 막내 동생을 땅에 묻은 최아무개(78) 할아버지는 속상한 마음에 친구랑 대낮부터 술을 한잔 걸치고 혼자 종묘공원을 찾았다고 했다.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공원에 나와 할머니들이랑 수다나 떨다 가는 거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속상한 마음 하소연할 데도 없잖아." 할아버지 옆에 앉은 유아무개(69) 할머니..
인천지검은 외국인학교 입학을 위해 국적과 서류를 조작한 재벌가·의사·로펌 변호사·전 국회의원 딸 등 학부모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상류층 사모님들로 이 기소 명단에는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삼녀 박모씨(김황식 국무총리의 조카며느리), 이정갑 현대자동차 전 부회장 며느리, 김기범 롯데관광개발 회장 며느리, 충청지역 유력 기업 며느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동원한 수법은 위장이혼, 위장결혼, 원정출산, 현지 공무원 매수, 국적 위조, 여권 위조, 여권 부정 발급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법이 동원되어 검찰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검찰에 의하면 브로커는 의뢰인의 재력에 따라 다르게 돈을 받는데, 재벌가이거나 알짜 중견기업가의 경우 1억 5천만 원, 임대..
8월 10일. 충남 서산. 이모(23)씨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다 알게 된 피자 가게 사장 안모(37)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나체사진까지 찍혀 협박을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대학에 입학한 후 줄곧 아르바이트를 해왔으며,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왔다고 한다. "나는 살기 위해서.. 지금도 이런 치욕적인 곳인데도 따라간다. ... 경찰아저씨, 이 사건을 파헤쳐주세요. ...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일이 나한테 일어났다. 친구들아 도와줘." 이씨가 남긴 유서다. 이씨는 눈도 못 감고 죽어 엄마가 눈을 감겨주었다고 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실장에 의하면 알바생들이 탈법적인 근로조건에 시달리고 이번 사태처럼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일을 당하는 사례가 자주 접수되고 ..
마르크스는 어디에선가 부르주아지는 중간계급마저 끊임없이 몰락하게 해 프롤레타리아처럼 만들 것이라고 썼다. '소외된 노동'에 종사하는 인류가 느는 것이다. 가방끈 긴 고급인력도 마찬가지다. 박사학위자를 보자. 일단 박사도 다 같은 박사가 아니다. 유학파와 국내파, 지방대와 수도권대학,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남자와 여자 사이에 큰 차별이 있음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비정규직 박사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의 절반 정도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한다. 한 박사 학위자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방대 출신의 비인기학과 박사 학위자들은 더욱 설 곳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비정규직 박사들은 갈수록 태산이다. 요즘 비정규직 연구자는 정부 산하 연구재단에서 선정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맡아 생활을 이어나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