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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됨이라는 환상 본문
「프롬은, '섹스 그 자체'('그 자체로서의' 섹스, 정통적인 기능과 별도로 행해지는 섹스)의 매력을 설명하면서, 그 매력의 특징으로 '둘이 하나로 결합된다는 환상'을 통해 '완전한 융합'에 이르고픈 너무나 인간적인 갈망에 대해 (잘못된) 대답을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치 우리 시대를 지배할 패턴을 예감이라도 한 듯하다.
하나 됨. 이미 겪고 있거나 앞으로 다가올까 두려운 외로움으로부터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할 때 남녀노소가 필사적으로 찾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다. 왜냐하면 오르가즘의 절정이라는 짧은 순간의 결합 후에 '두 낯선 사람은 전과 똑같이 서로 남남이 되며', 그리하여 남남이라는 느낌은 전보다 더 뚜렷해진다. 그러한 점에서 성적 오르가즘의 기능은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약중독처럼 그것의 자극은 강렬하다. 하지만 "일시적이고 간헐적이다."
그러한 결합은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이 경험은 결국 좌절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고 프롬은 말한다. 그러한 결합은 사랑(즉 대자적인 관계 또는 공들여 오래 유지하고 상대방의 행복에 대해 끝없는 관심을 기울이는 관계)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롬의 견해에 따르면 섹스는 사랑과 결합되어 있는 덕분에 겨우 진정한 융합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수도 있는 것이다 ― 하나로 융합되었다는, 잠깐 동안의, 기만적인, 궁극적으로는 자기 파괴적인 인상을 주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말이다. 섹스가 아무리 결합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더라도 사랑과 함께하지 않으면 곧 소멸된다.」*
* 지그문트 바우만. (2013). 리퀴드 러브. (권태우 & 조형준, Trans.). 새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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