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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사랑의 대용품이 아니다 본문
"하지만 지금껏 소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남자들은 그런 섹스(교감 없는 섹스)를 미화하지 않았다. 성 치료소를 찾는 남자들은 애초에 찾아온 목적이 뭐든간에 마지막엔 항상 사랑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 이유는 거의 모든 섹스가 관계라는 틀 안에서 일어나고, 또 그 관계가 섹스라는 행위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설령 관계라는 틀이 없다고 해도(친밀함이 낄 수 없는 관계라고 해도) 섹스에는 육욕을 넘어서는 인간의 정서적 욕구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남자들은 섹스를 사랑의 대용품으로 삼기도 한다. 그들은 정서적으로 누릴 수 없는 것, 감히 요구할 수 없는 것을 섹스를 통해서 얻으려고 한다. 그들에게 섹스는 자존심을 세울 수단, 다시 말해 특별하고 중요하고 강력하며 타인이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할 수단이 되곤한다. 섹스는 어머니나 아내나 매춘부가 그들에게 주지 않는 모든 것을 대신한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그들이 자기 안에서 이끌어낼 수 없는 것의 대체물이다. 그들은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지 않고, 환상에 기대서 각본을 쓰고 그 속의 역할을 맡아줄 배우를 찾는다. 물론 그 역할은 그때그때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런 남자들은 곁에 있는 여자가 자신의 바램을 직감으로 알아차리고 그것을 실현해주기를 원한다. 현실의 여자와는 전혀 동떨어진 얘기다. 그런 행위가 사랑이 아닌 까닭은 아무리 극적이고 강렬하다고 해도 따지고 보면 그 깊이라고 해봐야 겨우 편의점 계산대에서 종업원과 하는 교류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절묘한 비유다.
13/08/11
* 브랜대 엔글러·데이비드 렌신, <내 소파 위의 남자들: 젊은 여성 심리치료사의 리얼 체험>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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