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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에게는 내가 없다 본문
「현자는 이렇게 "그 어떤 개별적인 관점 속에 정체되는 것"을 삼가했으며 "만물의 흐름과의 일치"를 주구하면서 변화를 사유의 거울로 삼고 "과정과 논리"를 지혜의 수련법으로 익혔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이유를 들어 줄리앙은 "현자에게는 고정된 '입장'이 없다"고 감히 주장했다. "현실은 지속적인 변모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현자의 행위 또한 그러한 것이다."
현자에게 고정관념이 없다는 것은 "현자에게는 내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줄리앙은 그 이유를 다음 네 가지로 설명한다. i) 현자는 자신이 주장하는 관념이 있다고 해도 이를 통해 아무것도 재단하지 않기 때문이며, ii) 그 '아무것'도 존중해야 할 정언명령으로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며, iii) 또한 그 어떤 입장 속에 고정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며, iv) 그 결과 자신의 인성을 결코 특별한 것으로 만들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자는 더 이상 '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현자는 실제 그 무엇에도 특권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괄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동양의 지혜는 "우주 운행의 전체성과 합치되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게 되었으며, 동양의 현자들은 일찍이 변화 즉 우주 운행에 대한 깨달음을 가졌기에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채 늘 중도, 중용을 실천할 수 있었다. "중용은 세상의 근간이고, 조화는 그 세상의 길이다."
중도의 실천이 곧 학문함의 이정표인 동양에서는 그리하여 "지혜의 반대 항은 거짓이 아니라 편파적인 것이다".」*
15/09/05
* 프랑수아 줄리앙. (2009). 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 철학의 타자. (박치완 & 김용석, Trans.). 한울. 옮긴이의 말(박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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