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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가지고 과업에 내적으로 몰두하는 자만이 정점에 오른다 본문
「존경하는 청중 여러분! 학문영역에서는 순수하게 자신의 주제에 헌신하는 사람만이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학문영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위대한 예술가치고 자기 일에, 그리고 오로지 자기 일에만 헌신하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한 예술가를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괴테같이 위대한 인물에 있어서 마저도 감히 자기의 <삶>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려고 했던 시도는 최소한 그의 예술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던 것입니다. 물론 [괴테의 예술에 대한] 이런 평가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괴테 정도는 되어야 감히 그런 시도나마 해볼 수 있는 것이며, 심지어 수천 년만에 한 번 나타나는 괴테 같은 인물마저도 이 시도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만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정치의 경우도 사정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정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학문의 영역에서는 아래와 같은 사람은 분명히 <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이 헌신해야 할 과업의 흥행주로서 무대에 함께 나타나는 사람, 체험을 통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사람, 어떻게 하면 내가 단순한 <전문가>와는 다른 어떤 존재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나는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다른 어느 누구도 말할지 않은 그런 방식으로 무언가를 말할 수 있을까 라고 묻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개성>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태도는 오늘날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는 어디에서나 천한 인상을 주며, 또 그렇게 묻는 사람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오직 과업에만 내적으로 몰두하는 자는, 이를 통해 그 자신이 헌신하는 과업의 정점에 오르고, 또 이 과업의 진가를 보여주게 됩니다. 이것은 예술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15/08/31
* 막스 베버. (2006). 직업으로서의 학문. 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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