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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으로 좋은 사회를 꿈꾸던 시대는 가버리고 본문
「무거운 근대에서 가벼운 근대로, 고체 근대에서 액체 혹은 유동화된 근대로 가는 길은 노동운동의 역사가 아로새겨진 골조를 구성하고 있다. 그 길은 또한 먼 길을 돌아, 역사의 악평이 자자한 소용돌이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구상의 '선진화된'('근대화'라는 의미에서) 지역 전반에서 노동운동이 쇠퇴해버린 끔찍한 난국을 ― 이를 야기한 것이 대중매체의 무력화의 여파이든 광고업주들의 음모이든 소비자 사회의 유인력 때문이든 혹은 볼거리 여흥 위주의 사회가 주의를 산만하게 한 것이든 간에 ― 그저 대중적 분위기가 변한 것으로 설명해 버리고 마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도 않다. 엄청난 실책을 놓고 이를 '노동 정치가들'의 양면성 때문이라고 탓해보았자 소용없다. 삶의 맥락과 사람들이 살아온 사회적 배경(스스로 택한 것이라 보기 힘든)이 변화했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대량생산 공장에 모여 자신들이 노동력을 파는 기간을 보다 인간적이고 값어치 있는 시간으로 개선하기 위해 대오를 강화하고, 노동운동 이론가들과 실천가들이 노동자들의 연대에서 보편적 원리로서의 정의를 살찌울 '좋은 사회'에 대한 갈망 ― 이제 막 시작되어 아직은 뚜렷한 목소리를 얻지 못한(그러나 선천적으로 결국에는 세상을 압도하게 될) ― 을 감지했던 시대가 근본적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런 설명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것이다.」*
15/08/28
* 지그문트 바우만. (2009). 액체근대. (이일수, Trans.). 도서출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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