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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쇠퇴, 숙련 노동자의 소멸 본문

명문장, 명구절

노동의 쇠퇴, 숙련 노동자의 소멸

모험러

「1974년 해리 브레이버만은 경제에 대한 사유가 담긴 걸작 『노동과 독점자본』 ― 20세기에서의 노동의 쇠퇴』를 출간했다. 브레이버만은 공인된 마르크스주의자다. 냉전이 별 탈 없이 끝난 지금은 치명적인 정치적 위협을 느끼지 않고 노동의 소외에 대한 마르크스의 주장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브레이버만도 인정하듯이 이 비평은 자본주의 사회에 못지않게 구소련에도 적용된다. 그는 수많은 종류의 노동의 쇠퇴에 관해 풍부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왜 해가 지날수록 우리가 점점 더 멍청해지는지를 설명해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노동의 쇠퇴는 궁극적으로 사고와 행동의 분리에 뿌리를 둔 인식의 문제다.


브레이버만이 보기에 문제를 일으킨 용의자는 다름 아닌 '과학적 관리'다. 과학적 관리는 "과학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과학인 척하는 관리를 대표하면서 일터에 도입됐다." 프레드릭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의 핵심적 주장을 처음으로 이론화해서 설명했고, 그 내용이 담긴 책인 『과학적 관리법』은 20세기 초 수십 년 동안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스탈린은 이 책의 열렬한 팬이었고, 하버드 대학교에 처음으로 경영학 석사MBA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설립자들도 마찬가지여서 해마다 테일러를 초청해서 강연을 부탁했다. 테일러는 "경영자는 과거에 노동자들이 지녔던 전통적 지식을 전부 한데 모아 그것을 분류하고 표로 만든 뒤, 보다 단순한 규칙이나 법, 공식으로 바꾸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기술 지식이 고용주의 손에 집중 되었고, 이것은 전체 공정에서 노동자 각자가 맡아야 하는 부분 공정에 대한 상세한 지시 사항 형태로 세세하게 나뉘어 다시 노동자에게로 되돌아갔다. 예전 활동은 기술의 전통과 경험에 뿌리를 내리고, 일꾼 각자가 완성품에 대해 갖는 마음속 이미지와 목표의식으로 인해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새로운 공정이 이 종합적인 활동을 대신하게 되었다. 테일러의 말처럼 "모든 정신노동이 공장에서 쫓겨나 계획 및 배치 부서로 집중"된 것이다. 이렇게 일을 쪼갠 주요한 목적이 작업 공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것은 주어진 노동 시간 안에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히려 노동 원가다. 일단 어떤 직업의 인지적 측면을 관리 계급이 따로 맡거나 더 이상 중대한 판단이나 깊은 생각이 필요 없는 공정이 고안되면, 더 낮은 임금으로 부릴 수 있는 비숙련 노동자가 숙련 노동자를 대신하게 된다. 테일러는 이 과학적 체계의 "완전한 가능성"이 "기량과 성취도가 낮아서 예전 관리 체계에서 필요하던 사람보다 훨씬 싸게 부릴 수 있는 사람들이 공장에 있는 거의 모든 기계를 운영하게 될 때까지는 결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숙련 노동자는 어떻게 되는가? '어딘가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는다'는 순진한 견해도 있다. 하지만 현대의 기업은 과감하게 실행에서 계획을 분리시켜왔고, 경쟁력 있는 노동 원가라는 장점은 산업 전체가 같은 길을 가게 만들기 때문에, 이제는 숙련 노동이 전부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기술 지식은 자취를 감추거나 공정공학 지식처럼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일의 개념이 그 일을 하는 노동자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15/04/12


* 매튜 크로포드. (2010).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손으로 생각하기. (정희은, Trans.).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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