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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된 미래는 천국인가 지옥인가 본문
「여류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자동화가 내세우는 유토피아의 약속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그 결과는 천국보다는 잔혹한 장난처럼 느껴질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그녀는 "현대 사회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그 번 돈을 쓰는 게 자신을 정의하고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인 '노동하는 사회'(laboring society)로서 조직되어왔다"라면서 "먼 과거에 꿈꿨던 고차원적이면서 더 의미 있는 활동들은 주변부로 밀려났거나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외로운 개인들만 남아서 자신들이 생계를 꾸리고 있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기술이 노동의 고역과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인류의 일관된 바람을 이뤄준다는 시각은 왜곡됐다. 기술은 우리를 여러 가지 문제들로 가득한 지옥 속으로 더 깊숙이 던져버릴 것이다. 아렌트는 "자동화로 인해 우리는 노동, 즉 그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일도 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가득한 사회가 도래할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 분명 그보다 더 나쁜 사회는 없을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유토피아적 이념을 갈구한다고 했다.
자동화로 인해 초래됐거나 악화된 사회적·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가동한다고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죽은 노예들은 우리를 안락함과 조화가 느껴지는 유토피아로 데려다줄 운전기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들이 해결되거나 적어도 약해진다고 해도 대중들은 여전히 충분히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애쓸 것이다. 미래 사회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동화에 제한을 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기술적 발전보다는 사회적·개인적 번영을 더 강조하면서 우리가 가진 발전에 대한 시각을 전환해야 할지도 모른다. 심지어 적어도 재계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으리라 여겨지는, 기계보다 사람을 더 중시하자는 생각을 수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15/03/25
* 니콜라스 카. (2014). 유리감옥: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 (이진원, Trans.). 한국경제신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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