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하느님 (6)
모험러의 책방
「'하느님'이란 말이 한에서 유래했다고 할 때에 한은 하나(一)이면서 여럿(多)의 양면을 그 속에 포함하는 말이다. 그래서 하느님도 이 양면적 성격을 갖게 된다. 일자로서 측면은 하느님의 초월적, 그리고 다자로서 측면은 내재적인 성격을 나타낸다. 전자는 유신론적(theism) 성격을 후자는 범신론적(pantheism) 성격을 나타내는데 극단적인 유신론과 범신론은 위험하다. 다자를 배제시킨 일자는 절대주의(absolutism)와 영원주의(eternalism)에 떨어지고, 일자를 배제시킨 다자는 상대주의(relativism)와 허무주의(nihilism)에 떨어진다. 신은 절대적이고 영원한 존재로 하늘 위에 있어서도 안 되고, 세상에 파묻혀 상대적인 무정부 상태로 빠져서도 안 된다. 신은 초월하면서 내재해야 ..
「사람이 하는 일에 반드시 무슨 '목적'을 찾으려고 하는 것보다 사람을 짜증스럽고 성가시게 하는 일은 없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행위는 전혀 아무런 목적 없이 행해진다. 비록 그러한 행위는 어떤 목적에 기여하긴 하지만, 양자의 입장은 분명히 서로 다르다. 서양인들은 가끔 이 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도의 내적 원리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자발성이다. 유태교와 기독교의 하느님과 달리, 도는 사물을 창조하거나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도는 사물들을 '자라나게 하고', '개성을 부여한다'. 노자의 정신에 비추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도는 목적이 없으며 바로 그 이유로 훌륭하게 그 목적을 이룬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참고적으로 말하면, 나는 사람이 목적을 갖는데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성경은 우리에게 "너의 주 하나님을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사랑하라"고 명령한다. 우리는 또한 구원을 찾기 위해 명령을 받기도 한다. 구원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의미이며 우리의 목적은 구원을 받는데 있다. 실제로 신교도의 어떤 교파들은 인간의 목적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영원히 하나님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가의 성인이 도 안에서 사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는 '명령을 받아서'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도 아니라, 단순히 그렇게 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도로부터 어떠한 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즉 도가의 성인은 '영혼을 구원하거나' '어떤 미래의 보상'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도 안에서 사는 것은 어떤 목적이 없다. 도가의 성인은 단순히 거기에 있는 ..
모든 욕망을 더듬어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그곳엔 "깊은 친밀감을 느끼고 싶다는 갈망"이 기다리고 있다. 이 갈망이 견딜 수 없이 커진 사람은 필연적으로 탐구의 길에 나서게 된다. 저자의 표현으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게 된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집에 돌아와 보니 사실 집을 떠난 적이 없더라는 것이다. 우리는 따뜻한 집 침대에 누워서, '어서 이 차갑고 무서운 곳을 벗어나 포근한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필요한 건 마음의 방향을 돌리는 것뿐이다. 마음이 외부의 물질로 향해 있는 것이 집을 떠난 것이요, 내면의 중심(저자의 표현으로는 '하느님')을 향해 있는 것이 집에 돌아온 것이다. 13/01/11 * 헨리 나우웬, 을 읽고...
일부 종교를 비롯 도 닦는 업계에서 내가 가장 많이 목격한 광경은 다음과 같다. 「브라이언: 틀렸다! 나를 비롯해서 그 누구도 따를 필요는 없다! 스스로 판단하란 말이다! 너희는 모두 홀로서야 한다! 군중: 그렇습니다! 홀로서야 합니다! 브라이언: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군중: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군중 속 남자: 아니던데······. 군중: 쉿! 조용히 해.」 - 몬티 파이선(Monty Python)의 중에서* 한편, 조제 보베의 집에는 노동자계급의 슬로건인 "하나님도 주인도 없다(Neither God nor Master)."가 걸려 있는데, 보베는 이 문장을 약간 바꾸어 걸어 놓았다고 한다. "하나님도 주인도 조제 보베도 없다(Ni Dieu, ni Maitre, ni Jose Bove)...
영어 읽기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성경을 읽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성경 판본은 "The Message"이다. 유진 피터슨 목사가 현대 영어로 번역했다. 깜짝 놀랄만큼 새롭다. 구절구절 새롭다. 나름 4복음서는 많이 읽어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었나 싶을 정도다. 한 가지만 비교해 보자. 내가 갖고 있는 한글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전도를 시작하며 외친 첫마디가 이렇게 적혀있다. "회개하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The Message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Change your life. God's kingdom is here."* 후자가 더 간결하다. 그리고 내겐 더 진리로 다가온다. 세상에, 그토록 고대하던 하느님 나라가 '이미 여기에' 와 있던 것이다. 필요한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