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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선견과 수정의 능력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의식의 흐름과 도덕적 삶 속에서이다. 왜냐하면 의식을 운행과 완전히 별개로 여기는 도덕론자들은 도덕적이지 않은 모든 것은 항상 흐르고 있는 올바름과 규범성으로부터의 이탈로서 간주해 버린다. 그들에게 있어 올바른 기능으로부터 벗어나는 모든 이탈은 하나같이 심각하고 위험스러운 것으로 사람의 신세를 망치게 하며 한 시대를 패망으로 치닫게 하는 되돌릴 수 없는 과오인 것이다. 그러나 선견과 수정의 능력을 갖춘 자에게 이러한 이탈은 아무리 끝이 나쁘다할지라도, 이는 시초의 잘못에서 야기되는 당연한 후과로서 파악된다. 이탈도 처음에는 언제나 미미하여 자칫 지나쳐 버리기 쉽다. 그러나 일단 시작된 경향은 점진적으로 자리를 잡기 마련이니, 성향이란 한번 정해지..
「그러나 체계가 그 변화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이며 고착된 모형으로 축소되지 않아야 한다. 괘의 조합체계는 약정된 틀에 갇히지 않을 때만이 그 타당성을 지닌다. 변화는 미리 주어진 어떤 틀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운행사상이 진정 실재에 대한 이해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운행 그 자체를 고정된 틀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운행이란 그 자체 속에 언제나 다름과 괴리와 새로움이 드러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부지는 의 고대 주석가들의 해석을 좇아 보다 깊이 있는 체계와 변형, 완벽성과 가변성을 연결하는 관계를 천착하였다. 모형이 모형인 이유는 삶이 그 자체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행사상이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바로 그 ..
「모든 생성은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에서 이미 조절을 내포한다. 조절은 유동성 속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내재하는 이 자극-조절의 능력은 운행의 비가시적 효능의 차원을 이룬다. 반면 비가시나 정신의 영역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면 불임성은 즉시에 야기되며, 그 결과 사물화(정체와 소멸)가 초래된다. 현자의 말도 이와 같아서, 그의 말이 단지 암기되고 인용되는 데 그친다면 더 이상 그 말의 생동한 의미의 원천인 내적 '흐름'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말해진 것이란 그 자체만으로는 (논리적 '진실'을 내용으로 하는) 가치를 지닐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의 뜻은 현행상의 자극과 작동상의 운행 속에서만 타당성을 지닌다. 말은 '정신'을 통하여 전달될 때 비로소 그 진정성을 얻는다. 이 통행과 활성의 기능을 중시..
「이를테면, 강剛과 유柔는 서로 대립하며, '건조'한 것이 있으면 습한 것도 있다. 그러나 건조한 것의 건성만을 고집하다 보면, 딱딱해지기는커녕 부러지기 십상이며, 습한 것의 습성을 고집하다 보면, 유순함이 지나쳐 액화되어 버린다. 적대적 양상의 각 부분은 상반된 성향들과 균형을 이룸으로써, 즉 반대 부분과의 의존과 소통에 의해 구체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여기에서 두 공리가 도출된다. 그 하나는, 이것은 저것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한다(각 양상은 다른 양상과의 대립관계를 통해서만 그 자체로 존재하며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이것은 또한 저것이다(다시 말해, 정체성 속에서 확인되는 각 양상은 반대의 것에도 속한다)라는 사실이다. 물론 다름은 운행의 기원에 이미 나타난다. 하지만 대립에서 기인..
「중국인들은 실재적인 모든 것을 장치로서 간주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무한한 일련의 가능한 원인들을 찾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그들은 성향의 불가피한 특성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순히 개연적일 뿐인 목적에 대해서도 사유하지 않는다. 우주 발생론에 관한 목적론적 전제도 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들은 세계의 시초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세계의 결말을 상상해보지도 않는다. 오래전부터 언제나 작동 중인 상호작용만이 존재할 뿐이며, 실재는 이러한 상호작용의 끊임없는 운행일 뿐이다. 그러므로 중국인들은 그리스적 개념에 따라 생성과 감각적인 것에 대립되는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그들은 '실재 속에서 작동 중임을 우리가 어디에서나 확인할 수 있..
「철학: 하나의 관념에 집착지혜: (특권적인) 관념이 없다. 도달한 입장이 없다. 특별한 자아가 없다. 모든 관념을 동일한 면에 위치시킨다. 철학: 철학은 역사적이다.지혜: 지혜는 역사가 없다. (우리는 지혜에 대한 하나의 역사를 기술할 수 없다.) 철학: 설명에 의한 발전(증명)지혜: 말의 다양성 (지혜는 되돌아가야 하는 것, '음미해야 하는' 것이다.) 철학: 보편성지혜: 총체성 (현자의 말은 항상 지혜의 전체를 말한다. 하지만 매번 개별적인 각도에서 그러하다.) 철학: 내재성의 측면(카오스를 단절)지혜: 내재성의 근간 철학: 담론(정의)지혜: 통찰(격려) 철학: 의미지혜: 명증성 철학: 난해하기 때문에 숨겨져 있음지혜: 명증하기 때문에 숨겨져 있음 철학: 인식하기지혜: 깨닫기('to real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