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외로워지는 사람들 (17)
모험러의 책방
「수많은 사람들이 자포자기 상태로 조용히 살아간다. 소위 사람들의 놀이와 오락이라는 것들에도 진부하면서도 무의식적인 절망이 감춰져 있다. 그 안에 진정한 유희란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1장에서 15/04/09 * 수잔 모샤트. (2012).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 (안진환 & 박아람, Trans.). 민음인. 재인용. 2014/04/09 - 봄날은 가고 있다 외로워지는 사람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연락에 대한 [대학생 자녀들 둔] 부모들의 강박은 결국 공허한 의사소통을 숨기고 있는 셈입니다." 그는 결론 지었다. "그건 사랑이 아닙니다. 관리지요."」* 연인사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15/04/09 * 수잔 모샤트. (2012).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 (안진환 & 박아람, Trans.). 민음인. 외로워지는 사람들
「아이러니컬하게도 선택권이 지나치게 많아도 따분함 또는 어느 정도의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치 과부하 감지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자주 인용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것은 '선택권의 과부화'가 야기할 수 있는 마비 효과를 달콤하게 예증하는 셈이다. 30년 전 케이블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 채널은 100개로 늘어났는데 '여전히' 볼 게 없다는 농담은 아이러니의 극치인 듯했다. 오늘날 그것은 뻔한 얘기가 되었다. 이러한 딜레마는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해 왔는데, 그 가운데 오린 클랩은 자신의 저서 『과부하와 권태』(Overload and Boredom)에서 "여가와 부의 증대, 정보와 자극의 증가가······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권태로 이어진다는 심각한 역설"을 지적한다. 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가 읽은 책들은 대부분 유성처럼 갑자기 내게 툭 하고 떨어진 것들이다. 지난주에는 그렇게 갑자기 나에게 떨어진 독일의 사회학자 하르트무트 로자가 쓴 를 탐독했다. 이 책은 지금의 이 모든 인터넷 문제를 마치 퍼즐 조각을 제자리에 끼워 넣듯 깔끔하게 풀어낸다. 우선 로자는 현대에 이르러 인류가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한다. 현대인의 수명은 중세의 사람들보다 거의 2배 이상 늘었고, 다양한 기계들은 우리를 노동에서 해방시켜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 여유를 제공한다. 물건들은 예전보다 훨씬 빨리 생산되고, 이동 속도는 수백 배 빨라졌으며, 자료 편집 작업은 수천 배나 빨라졌다. 사람들은 앞으로 모든 분야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줄어들면 언젠가부터 교제도 뜸해집니다." 던바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선을 그었다. "그러한 교우관계의 단절을 인터넷이 그나마 유보시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단절을 막아줄 수는 없다는 점을 우리는 발견했습니다." 대화를 끝내면서 나는 교우관계 연구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았다. "여전히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란 점입니다"라고 그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교우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분절되지만, 가족은 장기적인 의사소통을 이어가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대가족의 일원인 사람은 적은 수의 친구와 사귀는데, 왜냐하면 가족이 150명분의 좌석 중 일정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일 거예요. 재미있는 것은 가족구성원은 결코 새로 맺은 교우관계에 의해 절대..
"생명력 없는 기계와의 관계를 추구할수록, 실제 세상이 전하는 성가심과 위로에는 무감각한 존재가 되고 만다."* 15/04/04 * 매기 잭슨. (2010). 집중력의 탄생. (왕수민, Trans.). 다산북스. 2015/03/28 - 사람과 사물의 전도 2015/03/31 - 사람이 그리워서 온라인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2013/08/24 - 인(仁)이란 느낄 줄 아는 것 2014/03/25 - 감각에 깨어 있어야 중용이 가능하다 2015/03/31 -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외로워지는 사람들
「사진에 대해 말하자면, 수잔 손택(Susan Sontag)이 그 영향력을 일컬어 "여행은 사진을 축적하는 전략이 된다"고 했다. 디지털 문화에서는 삶이 기록 보관을 위한 전략이 되는가? 젊은이들은 인상적인 페이스북 프로필이 나오도록 삶을 꾸민다. 삶의 모든 것이 캡처된다는 걸 알게 될 때 우리는 자료로 보관되길 희망하는 삶을 살기 시작할까?」* 15/04/01 * 셰리 터클. (2012). 외로워지는 사람들. (이은주, Trans.). 청림출판. 외로워지는 사람들
「『외로워지는 사람들』의 서술은 하나의 호를 그린다. 우리가 테크놀로지에는 더 많은 걸 기대하고 서로에게는 덜 기대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린 여전히 최악의 상황 한가운데 놓여 있다. 어찌할 바를 모른채 우리는 위험도가 낮고 언제나 가까이 있는 연결망에 마음을 빼앗겨왔다. 페이스북 친구, 아바타, IRC 채팅 파트너 등. 만약 편리와 통제가 계속해서 우리의 우선순위라면, 우리는 사교 로봇에 마음이 끌리게 될 테고 그리 되면 슬롯 머신 앞에 앉은 도박사처럼 게임을 지속하기에 충분한 정도로만 프로그래밍된 흥분을 보장받는다. 로봇 시대에는 관계의 단순화와 축소가 더는 불평거리가 아님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 심지어 소망하는 것이 될 수 있다.」* 15/04/01 * 셰리 터클. (2012..
"인생에서 도전은 무엇이 최선의 경기 방법인지를 알아내는 것과는 크게 관계없다. 도전은, 무슨 시합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일이다."* - 콰메 앤소니 아피아(Kwame Anthony Appiah), Experiments in Ethics. 15/04/01 * 셰리 터클. (2012). 외로워지는 사람들. (이은주, Trans.). 청림출판. 외로워지는 사람들
「진짜 사람들과 보내는 현실은 행크가 넷 상에서 발견하는 환경(늘 새로운 연결들과 통제가 이루어짐)과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다. '따분한 시간'이란 문구에 내포된 의미를 생각해보라. 진짜 사람들에겐 일관성이 있으므로, 관계들이 잘 굴러가게 되면 변화가 점진적이고 느리게 이뤄진다. 온라인 삶에서는 관계의 속도가 높다. 심취했다가 싫증을 냈다가 회복되기를 빠르게 반복한다. 이메일을 잽싸게 훑으면서 '주요 부분'에 집중하는 법을 익힌다. 제목 란은 관심을 끌기 위해 과장된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액션이 겁주기와 안심시키기를 반복하는 패턴일 경우가 많다. 기겁하게 무서운 순간도 잘 대처해야 한다. 전열을 가다듬고 나면,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아드레날린이 끊임없이 분출하니 '따분한 시간'이란 게 없다. .....
「오이디푸스는 원하는 것을 얻는 것과 원한다고 생각하는 걸 얻는 것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테크놀로지는 점점 더,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에게 준다. 요즈음 사교 로봇 및 디지털화된 친구를 바라보노라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상대가 누구이고 무엇이건 간에 항상 연락이 닿아서 혼자 있는 시간이 없는 상태라고 추정될는지 모른다. 혹자는 우리가 원하는 건 온라인 친분 관계를 떠받치는 격식 없는 네트워크, 즉 느슨한 연대의 수적인 우세라고 추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진짜 결과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고요나 고독 따위를 원하는 건지도 모른다. 소로가 말한 대로, 덜 '빡빡하게' 살면서 전보다 빈도..
「온라인 상에서 우리는 '어울릴 상대'를 쉽게 찾지만, 연기의 부담감에 어깨가 짓눌린다. 지속적인 소통을 즐기긴 하나 서로한테서 온전한 관심을 받는 일은 드물다. 즉각적인 청자를 가질 수 있으되, 서로에게 하는 말은 축약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부상과 함께 단순화되어버린다. 우리는 '웹'이 우리를 안다고 좋아하는데, 이는 정치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쉽게 이용당할 수 있는 전자 빵 부스러기를 흘리고 다니면서 스스로 프라이버시를 훼손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우연한 만남을 숱하게 겪지만 우리는 그런 만남들을 일시적인 것으로 여기고, 더 나은 만남이 이뤄지면 아예 '보류'해두는 수도 있다. 사실 새로운 조우가 우리의 관심을 얻기 위해 더 나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새롭기만 해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만큼 우린 열..
「에릭 에릭슨이 저술하기를, 청소년은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정신을 집중할 수 있는 장소, 고요한 장소를 필요로 한다. 정신분석학자 앤소니 스토(Anthony Storr)도 고독에 대해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창작 과정을 설명하며 그는 이렇게 썼다. '지금까지 새로운 아이디어의 과반수는 깨어 있는 것과 자는 것의 중간인 몽상 상태에서 발생했다······. 그것은 아이디어와 이미지가 등장해 자연스럽게 과정을 밟아가는 정신 상태다······. 창작자는 정신 안에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도록 수동적이 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라이프에서는 고요함과 고독을 구하기가 어렵다.」* 15/03/30 * 셰리 터클. (2012). 외로워지는 사람들. (이은주, Trans.). 청림출판. 2014/02/16 -..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삭제하다'(delete)와 '지우다'란 단어들이 은유에 지나지 않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데 한 세대가 걸렸다. 파일, 사진, 메일, 검색 내역은 그저 눈앞에서만 제거된다. 인터넷은 절대 잊지 않는다. 그 규모는 처음엔 본능적으로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나다.」* 15/03/30 * 셰리 터클. (2012). 외로워지는 사람들. (이은주, Trans.). 청림출판. 외로워지는 사람들
「라스베이거스의 슬롯 머신 도박에 대한 연구에서, 인류학자 나타샤 스컬(Natasha Schull)을 미국인들은 너무도 많은 선택의 기회에 직면하지만, 그것들이 진짜 선택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선택의 환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과부하의 느낌을 주기엔 충분하나 목적의식 있는 삶을 가능케 하기엔 모자란 환상. 벗어나기 위해, 도박사들은 목표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인 기계 구역으로 도망간다. 도박 중독자는 다른 것들은 차단되는 패턴에 편안함을 느끼면서 게임에 머물고만 싶어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컬은 비디오 게임의 심리에 대한 내 연구를 인용한다. 초창기부터 비디오 게임 플레이어들은 이기는 것보다는 늘 조금 다르지만 늘 같은 새로운 심리적 장소에 가는 것에 더 관심을 두었다. 도박사와 ..
「나는 정신분석 전통에서 나르시시즘(자아도취)이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닌, 너무 깨지기 쉬워 지속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인격을 나타내는 용어라고 말해왔다. 타인들의 복잡한 요구 사항을 견뎌내지 못하며, 그들의 본 모습을 왜곡하고, 그것이 필요로 하는 것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찢어 놓음으로써 그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성향이다. 따라서 자아도취적인 자아는 제 성미에 딱 맞는 표상만을 다루는 식으로 타인들과 잘 지낸다. 이 표상(일부 심리학 전통에서는 '부분 대상'(part object), 다른 전통에서는 '자기 대상'(self-object)이라 일컫는다)들이 허약한 자아가 감당할 수 있는 전부다. 로봇이나 컴퓨터 에이전트는 사람의 요구에 맞게 만들어질 수 있으므로 우리는 그러한 자아에 무생물 동무가 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