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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안제이 사프콥스키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글을 쓰기 전에는, 외국계 무역 회사의 수석 영업 담당자였다고 한다.상인의 현실 감각과 서생의 상상력을 갖춘 판타지 작가라니, 이거 귀하다. 그래서 그런지, 위쳐에서든, 후스 전쟁에서든, 경제에 대한 그의 통찰력이 번뜩이는 순간들이 있다.위협적인 흑마법의 힘을 보여주며 협박하는 소서러 앞에서, 퍼거스 컴퍼니의 상인 대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그는 조용히 책상에서 금화 하나를 꺼내 보여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플로리노 도로입니다. 플로린 또는 길더라고도 불리죠. 지름이 약 1인치, 무게는 4분의 1로트 정도이며, 24캐럿의 순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앞면에는 피렌체의 백합 문양이, 뒷면에는 세례 요한 성인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렐레노르트 경, 눈을..
「실용적 욕구, 이기주의는 시민사회의 원칙이며, 이는 시민사회가 정치적 국가를 온전히 탄생시키는 순간 순수한 형태를 띠고 나타났다. 실용적 욕구와 자기 이익의 신이 바로 화폐다. 화폐는 그 앞에 어떤 다른 신도 존재할 수 없는, 질투하는 이스라엘의 신이다. 화폐는 인간이 섬기는 모든 신들을 격하시켜 상품으로 변환한다. 화폐는 스스로 확립된 만물의 보편적 가치다. 그래서 이는 세계 전체 ― 인간 및 자연 세계 ― 로부터 그 독특한 가치를 박탈했다. 화폐는 인간 노동과 인간 존재의 소외된 본질이다. 이 낯선 본질은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은 이것을 숭배한다.」* - 마르크스, 중 「따라서 돈에 대한 욕구는 이 경제체제에서 생산하는 진정한 욕구이며, 이 체제에서 생산하는 유일한 욕구이다. 화폐의 양은 사실상 그..
「여류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에서 자동화가 내세우는 유토피아의 약속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그 결과는 천국보다는 잔혹한 장난처럼 느껴질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그녀는 "현대 사회는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고, 그 번 돈을 쓰는 게 자신을 정의하고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인 '노동하는 사회'(laboring society)로서 조직되어왔다"라면서 "먼 과거에 꿈꿨던 고차원적이면서 더 의미 있는 활동들은 주변부로 밀려났거나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외로운 개인들만 남아서 자신들이 생계를 꾸리고 있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기술이 노동의 고역과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인류의 일관된 바람을 이뤄준다는 시각은 왜곡됐다. 기술은 우리를 여러 가지 문제들로 가득..
-그렇게 두루 사회운동가들에게 나눠주셨지만 개중에는 과거 경력을 입신과 출세의 발판으로 삼거나 아예 돌아서서 배신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돈이란 게 마술이니까… 이게 사람에게 힘이 될지 해코지가 될지, 사람을 회전시키고 굴복시키고 게으르게 하는 건 아닐지 늘 두려웠다. 그러나 사람이란… 원래 그런 거다. 비겁한 게 '예사'다. 흔히 있는, 보통의 일이다. 감옥을 가는 것도 예사롭게, 사람이 비겁해지는 것도 예사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서운하거나 원망스러운 적 없으신가? "모든 건 이기면 썩는다. 예외는 없다.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기가 휘두르기 시작하면 썩는다. 아비들이 처음부터 썩은 놈은 아니었어, 그놈도 예전엔 아들이었는데 아비 되고 난 다음에 썩는다고…."* 14/0..
강력계 형사로 40년간 일한 강찬기씨는 1979년 이른바 '금당 사건'을 해결해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금당 사건'은 서울 인사동 골동품점 '금당'의 주인 부부와 운전기사가 한꺼번에 살해된 사건으로, 범인은 "남보다 잘살고 많이 배웠는데도 사람을 죽이는 파렴치한 놈"이었다. 사건을 회고하며 그가 말하길, "그때는 세상에 그런 짓 저지르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어요. ... 그런데 마지막이 아니더라고. 세상에 범죄는 없어지지 않고 더 잔혹해지잖아요. ... 옛날보다 수법도 잔인해지고, 살인이 너무 흔해졌어요. 이젠 살인 사건 일어나도 신문에도 잘 안 나오잖아요. 돈 때문이지, 뭐. 다들 돈이 제일 중요한 게 돼버렸잖아요." 강찬기씨의 아들 강윤석씨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강력계 형사가 되었다. 20..
주류 경제학의 세계는 판타지의 세계다. 이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영원불멸하다. 이 세계의 원리는 십계명처럼 그저 믿고 따라야 하는 암송의 대상이다(이를테면, 맨큐의 경제학을 보라). 의문은 신성모독이다. 중세시대 정신 질서의 수호자가 성직자였다면, 현대사회 정신 질서의 수호자는 경제학자다. 경제학자는 세속의 성직자요, 주술사인 것이다. 그들의 주님은 누구인가? 물론, 자본(돈)이다. 「오늘날 경제학계를 주도하는 학자들은 자신이 올바른 경제적 사고를 판정하는 정치국(소련공산당을 비유)임을 자임한다. 폐쇄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집단이 으레 그렇듯, 이들은 중요한 정책 사안에서 매번 잘못된 선택을 했다. 최근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그랬다. 이들이 예언하는 재앙은 결코 일어나지 않고,..
누진 소비세와 보편적 소득 보조(기본 소득)를 제안하고 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번역이 깔끔하고 역자 후기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서 보니 이한 선생이다. 역시. 아래는 책에 등장하는 인용문. 책 전체 내용을 훌륭히 요약해주고 있다. "집은 커도 되고 작아도 된다. 주위 집들이 똑같은 정도로 작다면, 작은 집도 주거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모두 만족시켜준다. 그러나 작은 집 옆에 성이 한 채 세워진다면, 작은 집은 오두막이 된 것처럼 움츠러들 것이다."* - 칼 마르크스 "가난한 사회에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장미 한 송이로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지만, 부유한 사회에서는 장미 열 두 송이가 필요하다."* - 리처드 래이야드 12/09/02 * 로버트 H. 프랭크, 에서 봄.
는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 씨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억울하고 서럽고 복창이 터지고 눈물이 나고 욕이 나와 도대체 차분히 읽을 수가 없다, 읽을 수가. "삼성 이 #$새끼야!" 라고 목청 터지게 욕이라도 하고 싶었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 정말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선전문구다. 혹시 우리는 너도나도 삼성의 가족이 되지 못해 안달인 건 아닐까? 욕망은 사람 냄새를 어디까지 씻어낼 수 있는 걸까?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삼성이 10억을 준다며 회유했는데도 거절했다. 진상을 밝히겠다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돈으로 살 수 없고, 돈으로 회유할 수 없고, 돈으로 되지 않고,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 삼성의 지배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