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이 버려진 자리
실록문학 에는 주인공이 빨치산 투쟁을 하다 끝내 '사상'을 버리고 귀순하는 대목이 있다. 그는 산에서 내려가기 전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정의란 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의롭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인간의 교양이니 양식이니 하는 것들은 얼마나 허무하게 벗겨질 수 있는가? 인간이 그토록 추악한 동물이라면, 나는 무엇인가? 나는 한낱 센티멘탈리스트이며 리버럴리스트에 지나지 않는가? 결국 나는 무엇에도 철저하지 못하는 얼치기이며, 위선자이며, 비겁자이며, 이기주의자에 불과한 건가? 나는 끝내 인텔리일 뿐인 건가? 내가 단지 혁명을 위한 하나의 무기가 아니고, 조직을 위한 하나의 나사일 뿐인 것이 아니라면, 이 도로 찾은 '나'는 어떻게 생긴 사람인가? 질문을 하나둘씩 던지면서, 그는 사상에 짓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