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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집중적으로 반복해 시간을 들이면 공부가 잘 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착각하고 있다. '반복'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반복할 것이냐다. 우선 무엇을 반복해야 할 것인가? 반복해야 할 것은 '배운 것을 떠올리려고 해보는 것'이다. 당장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아도 좋다. 무얼 읽고 무얼 훈련 했는지 떠올리려는 노력 자체가 그저 반복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기억력을 강화하고 성장을 빠르게 한다. 반대로 책을 덮고 떠올리려고 해보는 노력 없이 그저 집중적으로 반복해 읽는 것은 내용을 '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렇게 공부한 내용은 순식간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이 방법을 처음 책을 읽을 때부터..
「1970년대 후반부터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른바 '생성 효과'(generation effect)라는 현상을 연구해왔다. 이 현상은 어휘들을 연구하던 도중 처음으로 관찰됐는데, 사람들은 종이에 적혀 있는 단어들을 단순히 읽을 때에 비해 그 단어들을 적극적으로 기억해내려고 할 때, 즉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생성해낼 때' 훨씬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이후로 다양한 환경 속에서 생성 효과가 기억과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러 실험 결과, 글자와 단어의 기억뿐만 아니라 숫자, 사진, 소리, 수학문제 풀이, 사소한 질문에 대한 대답, 이해하며 읽기와 관련된 활동에도 모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최근 실시된 연구 결과들을 통해 생성 활동은 고차원적인 교습과 학습에도..
「그러고 보니 율곡이 제시한 유교의 핵심 키워드는 다름 아닌 '지식'이다. 이 키워드가 유교와 불교를 가르는 분수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적극적 '학문'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 자신과 외계의 지식을 획득하고 판단력을 키우는 적극적 활동이다. 『격몽요결』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사람 노릇을 하자면 공부를 해야한다. 공부란 무슨 남다른, 특별한 어떤 것이 아니다. 일상적 삶에서, 관계와 거래에서, 일을 적절히 처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 뿐이다. 산에서 한 소식을 하거나, 세상을 지배하는 힘을 얻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 공부를 안 하면, 마음은 잡초로 뒤덮이고, 세상은 캄캄해진다. 그래서 책을 읽고, 지식을 찾는다. 지식이 길을 밝혀줄 것이니, 오..
"글공부는 과하게 하기 쉽고 덕행은 미치기 어려운 게 예나 지금이나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늘 보이는 병이다."* 14/11/07 * 이토 진사이, 이토 진사이
"원래 공부란 끝까지 추구하여 주위가 캄캄해지고 들어갈 길이 없어졌을 때 비로소 진보한다."* - 주희 14/10/17 * 미우라 구니오, 주희
"공부를 하면 할수록 눈에서는 야수의 눈빛이 사라진다. 남한테 들은 말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것을 진리로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자기 눈에서는 짐승의 눈빛이 사라진다."* -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교수), 중 유가에서 야(野)하다는 것, 즉 야성은 주로 부정적인 맥락으로 쓰인다. 그리하여 군자(君子)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인의예지의 덕성을 함양해야 한다. 그러나 도가에서는 야성을 훨씬 긍정한다. 진인(眞人)은 시비분별을 따지지 않는 원초적 마음으로 인의예지의 속박에서 벗어나 천지간에 자유로이 노니는 사람이다. 최진석 교수는 도가의 입장에서 야성을 잃지 말고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삶을 살라고 권하고 있다. 야(野)할수록 섹시하다. 당연하다. 동어반복이다. 이상에서 나는 도가다. 그러나 현실에서 나..
「평소 팽옥린은 봉급을 받으면 집안 살림에 쓸 최소한의 돈 이외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데 사용했다. 환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의 편안함을 구하기 위해 그리했던 것이다. 그는 거듭 관직을 사직하면서 학문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같이 말했다. "공부는 수를 놓는 것과 같다. 가는 바늘로 짓는 땀 하나하나에 정교한 기술이 드러나듯이 말이다. 학문에서 속성법을 찾아서는 안 된다. 스스로 총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해치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에 보기에 평범한 사람이 오히려 무엇인가를 해내는 경우가 많다."」* 공부도 안하면서 난 맨날 이런 글이나 올린다. 14/02/26 * 신동준, 에서 봄. 2014/02/26 - 지인至人은 평범하다 학문
(제자가 공부가 매우 어렵다고 하자) "늘 쾌활한 것이 바로 공부이다." - 왕양명 13/09/08 * 정인재·한정길 옮김, 왕양명 지음, 에서 인용. 공부 왕양명
"무릇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고 입으로 말할 수 있고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학(下學)이다. 눈으로 볼 수 없고 귀로 들을 수 없고 입으로 말할 수 없고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상달(上達)이다. 예컨대 나무를 재배하고 물을 주는 것 따위는 하학이며, 밤낮으로 조금씩 자라서 가지가 뻗고 잎이 무성해지는 것은 바로 상달이다. 사람이 어떻게 그 생장하는 힘에 간여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무릇 힘을 기울일 수 있고 말로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모두 하학이다. 상달은 오직 하학 속에 있다. 무릇 성인이 말씀하신 내용은 비록 매우 깊고 미묘하다고 할지라도 모두 하학이다. 학문하는 사람들은 오직 하학으로부터 힘쓰기만 하면 자연히 상달하게 되기 때문에 따로 상달하는 공부를 찾을 필요..
"공부는 간단하고 쉽다. 단지 참되고 절실해야 할 뿐이다. 참되고 절실할수록 더욱 간단하고 쉬어지며, 간단하고 쉬울수록 더욱 참되고 절실해진다." - 왕양명, 중 "바른 것에서 시작하라. 그러면 쉬워진다. 쉬운 것을 계속하라. 그러면 바르게 된다. 바름과 쉬움은 동전의 양면이다. 바른 삶에서 시작했는데도 삶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바른 게 아니었던 것이다. 바른 것에서 시작하면 삶은 점점 쉬워진다. 내맡김 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간다. 삶은 강물과 하나 되어 흐른다." - 오쇼, 중 "수련은 매우 간단하며 쉬운 것이나 어쩌다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정성으로 행하지 아니하니, 천 명, 만 명이 배워도 필경 끝까지 성공하는 이가 한두 명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배우는 이들은 정성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공부..
「‘~에 관한 논문’을 쓰려면 지금까지 축적된 엄청난 양의 쓰레기 더미 같은 연구들을 파헤쳐야 한다. 이류, 삼류 논문을 계속 읽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러고 나서야 마침내 ‘칸트의 ○○○에 관해’라는 논문을 자비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피땀 어린 노력은 대부분 단순한 ‘정리’에 불과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자. 설령 논문이 미미하나마 새바람을 일으킨다고 해도 이미 어마어마한 시간을 칸트 연구에 쏟아부었고, 두뇌는 ‘칸트화’되었으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칸트 업계를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으므로 점점 더 좁은 포장마차에서 칸트 부침개나 칸트 만두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려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칸트 학자는 대부분 - 쓸모없는 논문이나 메모까지 포함해서 - 칸트가 쓴 책 전부와 칸트와 관..
흔히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젊어서 공부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당견은 혈기가 안정되는 노년이야말로 공부의 적기라고 말하며, “금년 내 나이 70이므로 힘써 공부할 시기”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전에는 몸의 욕망대로 따라가다 도와 멀어졌지만, 지금은 담비 가죽과 여우 털옷의 따뜻함이 거친 베옷과 매한가지다. 몸을 가리고 있던 욕망의 꺼풀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눈의 욕망대로 따라가다 도와 멀어졌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여인과 이모저모 볼품없는 부인이 매한가지다. 눈을 가리고 있던 욕망의 꺼풀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전에는 입의 욕망대로 따라가 도와 멀어졌지만, 지금은 왕후가 드시는 맛깔스런 음식과 일반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매한가지다. 입을 가리고 있던 욕망의 꺼풀이..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다. 한 할머니와 손자가 식당에 왔는데, 종업원이 다 듣는 자리에서 할머니가 손자에게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여기서 저렇게 허리 굽히며 '어서 오십시오'하는 사람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그 손님이 나간 후에 동료와 서로 깔깔 웃으며 왜 어릴 때 공부 열심히 안 해서 이런 소리나 듣느냐고 농을 쳤다고 한다. 엄마는 전화로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또 한번 웃으셨다. 1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