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감응 (7)
모험러의 책방
「이를테면, 강剛과 유柔는 서로 대립하며, '건조'한 것이 있으면 습한 것도 있다. 그러나 건조한 것의 건성만을 고집하다 보면, 딱딱해지기는커녕 부러지기 십상이며, 습한 것의 습성을 고집하다 보면, 유순함이 지나쳐 액화되어 버린다. 적대적 양상의 각 부분은 상반된 성향들과 균형을 이룸으로써, 즉 반대 부분과의 의존과 소통에 의해 구체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여기에서 두 공리가 도출된다. 그 하나는, 이것은 저것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한다(각 양상은 다른 양상과의 대립관계를 통해서만 그 자체로 존재하며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이것은 또한 저것이다(다시 말해, 정체성 속에서 확인되는 각 양상은 반대의 것에도 속한다)라는 사실이다. 물론 다름은 운행의 기원에 이미 나타난다. 하지만 대립에서 기인..
「소외에 대한 주자학의 설명은 이렇다. 환경의 자극은 일정한 심리적 신체적 응답을 촉구한다. 이를테면 나는 노하거나 기뻐한다. 그런데 분노해야 할 곳에서 침묵하고, 기뻐해야 할 곳에선 무감각하다면······ 그것은 나의 잠재적 에너지, 즉 성(性)을 적절히 정(情)으로 실현하지 못한 셈이 된다. 그것은 우주적 실패에 해당한다. 이 과(過) 혹은 불급(不及)은 왜 일어나는가. 총체적으로 ‘나’에 대한 고립적 관심과 염려 탓이다. 이 ‘기질의 간섭’으로 하여 나는 우주적 기의 본원적 네트워크가 미리 예비한 온전한 반응으로부터 스스로를 ‘마비’시켜버린 것이다. 주자는 이때 ‘마비’를 말하면서 의도적으로 한의학에서 쓰는 용어 불인(不仁)을 빌려왔다. 여기서 주자학이 인간의 모든 문제를 ‘죄’나 ‘불복종’이 아니..
「도가: 인간적인 사람은 단순하게 친절하고, 공감적이며 사랑스럽습니다. 그는 그래야 한다거나, 혹은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순히 그럴 뿐입니다. 그는 이웃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옳기" 때문에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에 친절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그는 그 일을 공감이나 감정이입의 상태(단순한 인간적 감정)에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인간적인 사람이 무엇 때문에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말입니까?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싶어할 때 그 사람에게 어째서 그 일을 해야만 한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도덕론자: 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습니다. 당신은 성인에 대해 말하고 있군요. 물론, 건강한 사람만 있는 곳에서는 의사가 아무 필요가 없는 것처..
맹자를 읽을 때마다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다. 「칼튼 교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맹자』를 텍스트로 잡았다. 그는 『맹자』가 현대 시스템론적 사고에 결여된 윤리와 영성을 보완하고, 동아시아 사고에 결여된 시스템론적 사고를 발굴하기 위한 좋은 지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맹자』가 자연이나 우주에서가 아니라, 사회에서 창발되는 '자기 조직적 시스템'의 훌륭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선함은 선함끼리, 욕망은 욕망끼리 바이러스처럼 가역적으로 다차원적으로 전달되어 전체의 사회 시스템의 성격을 구성한다는 것, 그 감화가 특히나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 위에서 아래로 빠르고 확실하게 전달되듯이······ 이 해석은 칼튼 교수의 독자적 설명이지만, 우리는 다른 이름으로 교화니 모범이니, ..
"기의 세계에서는 삶, 느낌, 흐름, 사건이 먼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것들이 먼저 있고 그것을 이해하려 할 때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죠. 달리 말하면, 기는 우선 존재론적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더 정확히 말해 그 존재를 감지해야 합니다. 또는 스피노자의 용어를 빌면 감응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감응이 먼저 있고 그것이 언어화, 체계화되는 것이지 감응이 빠진 상태에서 연역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 이정우(철학자) 느낌과 체험이 먼저다. 체험없는 철학은 공허하고 목마르다. 맹자가 기를 느낄 줄 몰랐다면, 사람의 내면에서 길러져 천지간을 가득 채우게 되는 호연지기를 과연 말할 수 있었겠는가? 13/10/04 * 조동일 외, 에서 봄. 2013/08/24 - 인(仁)이란 느낄 줄 ..
"백이와 숙제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자기 몸을 욕되게 하지 않았다. 유하혜와 소련은 뜻을 굽히고 몸을 욕되게 하였다. 우중과 이일은 숨어 살며 세상을 버렸다. 나는 이들과는 다르니, 꼭 그래야 한다는 것도 없고, 꼭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도 없다."* - 공자 13/06/19 * 석동신, 에서 발췌, 각색. 공자
"발을 잊는 것은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며, 허리를 잊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며, 옳고 그름을 잊는 것은 마음이 꼭 맞기 때문이다."* - 장자 신발은 발에 맞는 것일 테고, 허리띠는 허리에 맞는 것일 테지만, 마음은 어디에 맞는 것일까? 나는 몸이라고 추측한다. 마음이 몸에 꼭 맞아 서로 하나가 되면, 모든 옳고 그름의 판단을 잊는다. 그저 순간 순간 감응할 뿐이다. 13/05/14 * 기세춘 옮김, 에서 발췌, 수정. 2013/03/28 - 정신과 마음 2013/03/17 - 정신의 거처 2013/04/05 - 선과 악 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