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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 https://youtu.be/8F84tbdqKis 참회록-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슬픈 사람의 뒷모양이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17/02/28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BTcBQgctLXk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개나리, 진달래, 노―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17/02/24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cKSwyEnavEM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7/02/22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
* https://youtu.be/yx8ONhzzOo4 흐르는 거리- 윤동주 으스럼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모퉁이 붉은 포스트상자를 붙잡고, 섰을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박이여! 그리고 김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아 보세」 몇 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트리고, 밤을 새워 기다리면 금휘장에 금단추를 삐었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림(來臨),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
* https://youtu.be/xzFinyoErnY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17/02/15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
* https://youtu.be/8xUJtunPEJ4 흰 그림자- 윤동주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하루 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땅거미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발자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오래 마음 깊은 속에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거리모퉁이 어둠 속으로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 것을 돌려보낸 뒤허전히 뒷골목을 돌아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하루 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17/02/12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lo2tyZexbVY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憧憬)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
* https://youtu.be/j9l3FEAFrb8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7/02/08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XUzrXgJUOQQ 또 다른 고향-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백골을 들여다보며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백골이 우는 것이냐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백골 몰래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17/02/06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BiqlghWRMi0 눈감고 간다 - 윤동주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부리에 돌이 체이거든 감았던 눈을 와짝 떠라. 17/02/04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MP9XO6S0ynk 슬픈 족속- 윤동주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17/02/03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Q2bqJkXmRhg 바람이 불어-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17/02/02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9ltFsl1rlmE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든 햇빛인데지금 교회당 꼭대기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 17/02/01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DreMoUgYkGM 무서운 시간- 윤동주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가랑잎 이파리 푸르러 나오는 그늘인데나 아직 여기 호흡이 남아 있소 한번도 손들어 보지 못한 나를손들어 표할 하늘도 없는 나를 어디에 내 한몸 둘 하늘이 있어나를 부르는 것이오 일이 마치고 내 죽는 날 아침에는서럽지도 않은 가랑잎이 떨어질 텐데…… 나를 부르지 마오 17/01/31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EVtyeOv4rQ0 새벽이 올 때까지- 윤동주 다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검은 옷을 입히시오. 다들 살아가는 사람들에게흰 옷을 입히시오. 그리고 한 침실(寢室)에가지런히 잠을 재우시오 다들 울거들랑젖을 먹이시오 이제 새벽이 오면나팔소리 들려 올 게외다. 17/01/30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소네트 낭독(오디오북), https://youtu.be/MBYAtDpNHok 또 태초의 아침- 윤동주 하얗게 눈이 덮이었고전신주가 잉잉 울어하나님 말씀이 들려온다. 무슨 계시일까. 빨리봄이 오면죄를 짓고눈이밝아 이브가 해산하는 수고를 다하면 무화과 잎사귀로 부끄런 데를 가리고 나는 이마에 땀을 흘려야겠다. 17/01/28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Rp8gca5Cba8 태초의 아침- 윤동주 봄날 아침도 아니고여름, 가을, 겨울,그런 날 아침도 아닌 아침에 빨―간 꽃이 피어났네햇빛이 푸른데 그 전날 밤에그 전날 밤에모든 것이 마련되었네 사랑은 뱀과 함께독(毒)은 어린꽃과 함께 17/01/27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5zvB8M-tJjw 간판 없는 거리- 윤동주 정거장 플랫포옴에내렸을 때, 아무도 없어 다들 손님들뿐.손님 같은 사람들뿐. 집집마다 간판이 없어집 찾을 근심이 없어. 빨갛게,파랗게,불붙는 문자도 없이 모퉁이마다자애로운 헌 와사등에불을 켜놓고, 손목을 잡으면다들, 어진 사람들.다들, 어진 사람들. 봄, 여름, 가을, 겨울순서로 돌아들고. 17/01/25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D9fgzd9N4kA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 ......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7/01/24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bvm3F9CM3QY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 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 곳에 찾아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
* https://youtu.be/qc5KrdnHrbA 돌아와 보는 밤- 윤동주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두는 것은 너무나 피로롭은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비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 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 가옵니다. 17/01/22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HUL4xO_Im38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방 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 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그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내려 덮어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17/01/20 * 시낭송: 모험..
* https://youtu.be/h7CqIFdaXFM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17/01/19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
* https://youtu.be/RID_dNLeDZc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17/01/18 * 시낭송: 모험러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모험러의 오디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