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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사회는 스팀 엔진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스팀 엔진이 있더라도 그걸 활용해 성장할 수 없다. 스팀 엔진으로 말하자면, 뉴로맨서는 '21세기 급행 열차'(21st Century Limited)*였다는 게 드러났고, 우리 모두는 우리가 그 열차의 승객이라는 걸 발견하고 있다." * 20th Century Limited는 1902년부터 1967년까지 운영된 뉴욕 센트럴 레일로드 급행 여객 열차. - 뉴로맨서 원서 끝부분에 실린 잭 워맥(깁슨의 친구)의 서평에서.
"내 고향에서는 신을 믿지 않는데요?" 투플라워가 말했다. "아니, 너희들도 신을 믿어." 레이디(행운의 여신)가 말했다. "모두가 신을 갖고 있어. 단지 자기들이 믿는 걸 신이라 생각하지 않을 뿐이지." - 디스크월드, 칼라 오브 매직. Pratchett, Terry. The Color of Magic: A Novel of Discworld (p. 250). HarperCollins e-books. Kindle Edition.
「"왜 당신한테서 옮지 않은 걸까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남편은 부드럽게 살짝 웃었다. "내가 무얼 옮긴다는 거요?" "다른 것은 모두 옮았는데요. 다른 일에서는 당신이 나한테 끔찍하게 영향을 끼치잖아요. 내가 아는 것은 모두 당신이 가르쳐 준 것들뿐이에요."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설명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들의 삶은 조직 사이를 조용히 흘러가는 따뜻한 혈액과 같은 것이었다. 양쪽 모두. "모든 것들. 종교만 빼고요. 당신한테서 종교만은 옮지 않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건 옮는 게 아니오." 그가 말했다. "긴장이 풀리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거지." 긴장이 풀린다라. 그녀는 생각했다. 어디에 긴장이 풀려? 육체라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정신의 긴장은 어떻게 풀 수 있지? ... 하지만 생..
「광고 회사에 근무 중인 내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대기업이 광고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대중 앞에 자사의 제품을 당당히 선보임으로써, 이 물건을 원한다는 감정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 대중에게 상품을 파는 사람들(생산자, 판매자, 광고 모델)은 그 물건이 광고에서 떠드는 것만큼 대단하거나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 살 이하의 지능을 갖고 있지 않은 한, 시청자들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광고를 만들고 시청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추론한다. 그렇게 물건을 욕망하고 그 욕망을 안심시키는 과정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된다. 산다는 것은 결국 소비한다는 것이다.」 - 톰 챗필드. 광고에 대하여. 뉴필로소퍼 2호.
「수집욕의 근원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수집욕은 자신의 컬렉션이 왠지 '불완전'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것들'을 모조리 '잡고'나면 결국 불만과 무관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게다가 '디드로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 말은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주의 철학자였던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가 쓴 에세이에서 유래했다. 그는 그 글에서 침실 용품 하나를 새로 들이자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모든 가구가 볼품없어 보인 까닭에 전부 바꿔야 했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장난감 상자에 더 많은 장난감을 채워 넣으면 대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난감은 매력을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가진 물건들을 즐길 시간도 없이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비문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
(때는 서기 3174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한 학자가 남루하고 몹시도 둔하게 살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봐, 저 사람이 한때 날아다니는 기계를 발명하고, 달에 도달했으며, 자연의 힘을 길들이고, 말하고 생각할 줄 아는 기계를 만들었던 자의 후예라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문맹에, 미신적이고, 흉폭하며, 돈 몇 푼에 유아 살해도 할 수 있는 작자지. 설령 그러지 않아도 어쨌든 충분히 쓸만해졌다 판단되면 팔아먹을 게 분명해. 자, 저 사람을 봐. 그리고 말해봐. 과연 저 남자에게서 한때 강성했던 문명의 후손이라는 걸 발견할 수 있는지. 자넨 대체 뭐가 보이나?" "그리스도의 형상이 보이네." “The image of Christ.” - Walter M. Miller. A Canticle for L..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를 쓴 라훌라 스님은 붓다가 사용한 팔리어 단어를 짚어 보며 깊은 뜻을 길어 낸다. 팔리어 경전은 붓다의 말씀을 가장 생생하고 보존하고 있지만 번역 과정에서 정확한 의미가 많이 사라졌다고 그는 아쉬워한다. 예를 들어 그는 우리가 '고(괴로움)'라고 번역하는 dukka의 의미가 잘못 전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dukka는 단순히 '괴로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스러운 본성 때문에 생겨나는 괴로움'을 뜻한다. 이 '괴로움'은 출가 제자들의 수행에 필요한 개념이었을 뿐, 일반 신도들을 위한 가르침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놀랍게도 붓다는 중생들에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라고 가르쳤다. ... "꿀벌들이 꽃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꿀을 모으듯이, 남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오직 생존을 위해 죽이고, 먹을 것을 찾는 것만이 남은 삶. 주인공 빅은 그 삶에 회의감을 느낀다. 그런 빅에게 말하는 개 블러드는 문명은 곧 다시 시작될 거라 말해준다. 그후 나누는 대화에서 나온 블러드의 대사. "아니, 네겐 신화가 필요 없어, 나의 오랜 친구. 넌 너만의 것을 만들어가게 될 거야."* * Ellison, Harlan. Vic and Blood: Stories (p. 17). Open Road Media. Kindle Edition.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인데, "돈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돈 문제가 아닌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정말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음식을 마련하는 일을 해결하는 데는 돈이 도움이 되지만, 사랑이나 자존감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실제 돈의 용도가 아닌 곳에 돈을 쓸 뿐, 아무런 효과도 없다. 부처의 가르침도 생각해 볼 만하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전부였다. 요즘은 누군가 명상을 하고 싶다고 하면 이내 기업들은 베개, 명상용 테이프, 명상용 바지, 명상용 향 등을 구입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 뉴필로소퍼 2호, "물질주의적 삶에 대하여", 팀 캐서.
「훌륭한 사유의 과정일수록 어둠 속에 감추어 두는 대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당당히 공개해야 한다. 애초에 '궁극적이고 완결된 진리'를 찾는 것 자체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오래된 교리문답서나 유명한 격언의 구절을 인용하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면 제대로 규정되지도 증명되지도 않은 불완전한 진리를, 심지어 때로는 정상적인 사유의 방향과 정 반대되는 진리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한 번 이러한 모순을 느끼고 당황하기 시작하면 사유는 점점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결국에는 자신이 내세운 철학이 무조건 옳으며 결론은 이미 나와 있으니 다른 주장은 모두 '궤변'에 불과하다는 아집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는 마치 철학에 무지한 자들이 모든 철학적 사유를 뭉뚱그려 '비현실적인 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