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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과연 마냥 미니멀리스트였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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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가 과연 마냥 미니멀리스트였을까?

모험러

『무소유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를 쓴 라훌라 스님은 붓다가 사용한 팔리어 단어를 짚어 보며 깊은 뜻을 길어 낸다. 팔리어 경전은 붓다의 말씀을 가장 생생하고 보존하고 있지만 번역 과정에서 정확한 의미가 많이 사라졌다고 그는 아쉬워한다.

예를 들어 그는 우리가 '고(괴로움)'라고 번역하는 dukka의 의미가 잘못 전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dukka는 단순히 '괴로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스러운 본성 때문에 생겨나는 괴로움'을 뜻한다. 이 '괴로움'은 출가 제자들의 수행에 필요한 개념이었을 뿐, 일반 신도들을 위한 가르침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놀랍게도 붓다는 중생들에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라고 가르쳤다. ... 

"꿀벌들이 꽃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꿀을 모으듯이, 남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단계적으로 부를 늘려가야 한다"

"힘과 능력에 맞는 일을 맡겨라.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고, 병들면 치료해주고, 좋은 음식을 제공하며, 제때에 일손을 놓을 수 있도록 하라."

[붓다가 과연 마냥 미니멀리스트였을까?] 붓다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남편과 아내가 갖춰야 할 태도를 가르친 항목을 보면, 그는 실용적이지는 않더라도 예쁜 물건들을 사 모으는 데 너그러웠음을 알 수 있다. 붓다는 '여성은 미의 숭배자'라고 표현하며 남편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아내의 성향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붓다는 alankara anuppadana라는 단어로 이를 표현했는 데, alankara는 '매력적인 물건', 즉 예쁜 옷이나 장신구를 말하며 anuppadana는 '선물하다'라는 뜻이다. 즉 아내에게 아름다운 물건들을 사 주라는 말이다. 당시 인도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물건을 직접 구입할 수 없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남성에게 사다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는데, 붓다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요구하기 어려운 여성들의 입장을 헤아렸다. 예쁘지만 쓸모없어 보이는 잡동사니들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는 의미가 있다. 관계를 좋게 하는 데는 더 말할 것도 없고.

괴로움이 탐욕에서 비롯된다며 욕심을 버리라 했던 붓다는 어째서 재물을 모으는 데는 그토록 너그러웠던 것일까? 부를 축적하고 재산을 늘리려는 마음은 욕심이 아닌 것일까? 저자는 붓다가 용인했던 것은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 또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생겨나는 "행복"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Atthi sukka'를 정당한 방법으로 물질적인 성공을 이루었을 때 생겨나는 기쁜 마음이라고 번역한다.』*

* 세속인을 위한 무소유, 뉴필로소퍼 2호, 뉴필로소퍼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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