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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론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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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는 개념은 애초부터 우리 몸의 감응 관계에서 비롯된 개념입니다. 인식론이 아니라 감응론인 것이죠. 쉽게 말하면 기가 표상하는 세계는 느낌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이(理)를 중심으로 하는 사유는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면이 강합니다. 구체성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것은 역사적인 구체성이지요. 그래서인지 理 중심의 사유를 했던 사람들의 언어는 딱딱한 편입니다. 그러나 기론자들은 문학적입니다. 『노자』, 『장자』, 『회남자』 등 기론적 사유를 견인해온 많은 텍스트들은 상대적으로 은유적이고, 문학적입니다. 理를 추구하는 텍스트들에 비해서 기를 추구하는 텍스트들이 훨씬 더 문학적이고 부드럽고 은유적이란 말이죠."*

- 김시천(철학자)

언어만 딱딱한 것이 아니다.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의 스승이었던 정이는 리(理) 중심의 철학체계를 확립한 사람이다. 그는 윤리도덕과 예의범절에 극도로(좀 더 세게 말하면 광적으로) 엄격했고, 조금이라도 그것이 침범당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반면에 심(心) 중심 철학의 거두 왕양명은 제자들과 허물없이 지냈고, 그의 집은 제자들이 모여 함께 공부하며 한편으로는 밤늦도록 노래하고 술 마시며 풍류를 즐기느라 늘 떠들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성리학은 딱딱하고 남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이원론적인데 반해, 심학과 기학은 부드럽고 여성적이고 직관적이고 일원론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론의 차이는 그대로 삶으로 이어진다. 사람의 내면과 외면은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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