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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쾌감을 즐기는 타고난 꾼들에게 외환 딜러는 최고의 직업이다. 신한은행 배진수 부부장은 은행 입사 초기부터 은행 내 다른 직원들의 돈을 다 긁어모으는 포커 고수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가 '동방불패'라는 명성이 퍼지자, 국제부에서 그를 외환딜러로 스카우트했다. 그렇게 그는 신한은행의 '대표선수'가 됐다. 그의 딜링 비결은 "나쁜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 편리한 기억력과 좋은 건강" 그리고 "평상심"이라고 한다. 

조흥은행 김병돈 부부장은 한 달 평균 원화로 13조 원을 혼자서 매매하는 '괴물 딜러'다. 그는 중개회사의 단말기 시세판 너머 "상대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외환 딜링이 그냥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라 무지하게 재미있다고 한다. "매일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에 은행이 뒷돈을 대주면서 참가하라고 대표권을 준 것 아닌가." 

매일 수백억 판돈을 걸고 하는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은 어떤 스릴이 있는 걸까. 씨티은행 문성진 지배인은 딜러를 백척간두에 선 사무라이에 비유한다. 아래는 물론 벼랑이다. 떨어져 죽거나(big loss) 승천하는(big money) 길이 있을 뿐이다. 도박판도 판돈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도(道)가 되는 걸까? 어지간한 자기 수양과 배짱이 없으면 동네 도박꾼은 몰라도 딜러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딜러의 길은 실로 멀고도 험하다. 딜링의 실력을 기를 수 있는 길은 '훔쳐 배우기'와 '몸으로 때우기'뿐이다. 훔쳐 배우기는 책을 보거나 옆에서 사수가 어떻게 하는지 보면 되지만 몸으로 때우기는 예나 지금이나 심각한 출혈을 요하기 때문에 정말 어렵다. 그러나 살이 파이고 뼈가 부러지고 피가 솟구치는 속에서 얻은 무공이야말로 진정 자기 것이 된다. 이렇게 배운 무공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과 마음에 녹아들어, 상황에 맞닥뜨리면 이미 무의식 속에서도 칼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진정 딜링의 꽃은 이것이다."

- 제일은행 유동락 부부장 

13/01/07

* 최기억, <환율지식은 모든 경제지식의 1/3>에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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