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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토론회를 보고, 실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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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공방이다. 나는 이런 공상을 해보았다.

박근혜 후보 지지자는 문재인 후보의 보편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는 이정희 후보의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재벌해체가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이정희 후보 지지자는 김순자 후보의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김순자 후보 지지자는 김소연 후보의 재벌몰수와 주요산업 사회화가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만약 녹색당 후보가 있었다면 김소연 후보 지지자는 녹색당 후보의 탈산업화와 지역공동체주의가 실현 불가능해 보였을 것이다.

반대로 녹색당 후보 지지자는 김소연 후보의 대안이 물질주의적이고 산업주의적이어서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고 느낀다. 김소연 후보 지지자는 김순자 후보의 대안이 생산영역의 지배관계를 건드리지 않아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고 느낀다. 김순자 후보 지지자는 이정희 후보의 대안이 민족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한계 때문에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고 느낀다. 이정희 후보 지지자는 문재인 후보의 대안이 너무 온건할 뿐만 아니라 통일 의지와 자주성이 결여되어 있어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고 느낀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는 박근혜 후보의 대안이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말자는 것일 뿐 아니라 반민주적이어서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고 느낀다.

이것은 공상일 뿐이다. 실제 지지자가 저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다. 현실은 공상과 많이 다를 것이다. 현실의 이념 스펙트럼은 사람 수만큼 다양할 것이며, 여러 측면에서 중첩되어 있어 저 공상처럼 사람들의 태도가 분명히 나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공상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 믿고 따르는 정치사상과 정치세력이야말로 이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균형점을 이룬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길이라 우기고, 우리보다 왼쪽에 있으면 이상론에 치우친 몽상가로, 오른쪽에 있으면 현실론에 치우친 속물로 비웃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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