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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헛소리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이유는 헛소리다

모험러

「당신은 최근에 직원을 채용하면서, 왜 다른 사람을 제치고 그 직원을 뽑았는지 이유를 말할 수 있는가? 지난번에 산 잠옷이 왜 마음에 들었는지 알고 있는가?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가?


잘 알고 있다고, 너무 자신하지 말라. 사회심리학자들이 지난 50년간 밝혀낸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했는지, 왜 그런 식으로 판단했는지, 어떤 것을 왜 좋아하고 혹은 싫어하는지에 대해 믿을만한 정보제공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내가 왜 이렇게 했지?"라는 질문에 대해 내 행동을 관찰한 사람보다 더 속 시원한 해답을 내리지 못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이 우리의 사고 과정에 대해 우리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탐구하게 된 계기는 1950년대 말에 시작된 인지 부조화에 관한 연구였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충분히 정당화하지 못하면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피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 믿어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그 사실(인지 부조화를 피하기 위해 행동에 믿음을 일치시킨 사실)을 알지 못하며, 다른 사람이 그것을 지적하면, 태도의 변화를 설명하려고 가짜 이유를 들이댄다.


...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취향을 갖고 있을 때, 그것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려고 마음막 먹는다면, 올바른 결론을 얻어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고, 정반대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사회심리학자들의 또 다른 실험이 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 몇 장을 보여준 다음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단 한쪽 참가자들에게는 왜 그림이 좋고, 다른 그림이 싫은지를 분석하도록 했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그런 분석을 하지 않은 채 선택을 해서, 모두 그 그림을 집으로 가져가도록 했다. 2주일 뒤 심리학자들은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고른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그 결과, 분석을 하지 않고 그림을 골랐던 참가자들이 분석을 했던 사람들보다 자신이 고른 그림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가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다소 으스스해진다. 물론 우리는 행동이나 생각의 동기(모티브)나 이유를 대지 않으면서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우리 자신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확신하는 것보다는 더 안전한 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의 정신 활동에 접근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은 각각,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개념을 위태롭게 하고, 인간만이 가진 신성함에 도전했다. 이는 당대의 종교적 관점을 거스르는 것으로 명백히 위험한 생각이었다. 이제 사회심리학자들은 계몽주의 ― 인간은 이성을 통해서 완전해질 수 있다 ― 의 핵심에 일격을 가하고 있다. 만약 이성이 더 이상 인간의 행동과 믿음, 취향 등에 관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면, 인간이 이성을 통해 완벽해질 수 있다는 생각도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


-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


'이유가 헛소리'임을 오히려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책 <성취습관>을 참조.


16/03/23


* 존 브록만 (Ed.). (2007). 위험한 생각들. (이영기, Trans.). 서울: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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