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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의 영역에서 모델화는 얼마큼 효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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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효율성을 구상하는 그리스 방식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효율적이려면 모델의 형태, 관념적인 형태를 구성하고 이런 형태로 계획을 세우며 그것을 목적으로 설정한다. 그 후에 계획에 따라서 그리고 목적을 근거로 행동에 착수한다. 우선적으로 모델화가 있고, 그다음에 모델화는 적용을 요청한다. 이로부터 유럽의 고전 사유는 지성과 의지 두 능력이 결합한 작용을 구상하게 된다. 플라톤이 말하듯이 지성은 "최선을 목적으로 하여 구상한다." 이것이 바로 관념적 형태다. 그다음에 투영된 관념적 형태를 실재에 들여놓기 위한 의지가 투입된다.」*


「이제 문제는 다음과 같다. 물리학에서 유럽은 수학 덕분에 모델화와 그 적용을 가장 잘 활용했지만 전략 영역에서도 사정이 같을 수 있겠는가? 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로 질문하자면 나는 다음과 같이 묻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포이에시스(poiesis)라고 명명한 것, 즉 '생산'의 영역에서는 그토록 효력이 있는 모델화와 적용, 이론과 실천의 관계가 '프락시스'(praxis), 달리 말해 행동의 영역에서도 그만큼 효력이 있을까? 모델화와 적용, 이론과 실천의 관계가 전략에도 적합한가? 달리 말하면 모델화에서 기대된 효율성은 그 정도로 일반화될 수 있는가? 아니면 한계에 봉착하는가?」*


「그[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고유성이란 실제 전쟁이 결코 모델로서의 전쟁처럼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전쟁의 '본질' 또는 '개념'이다. 전쟁의 실제 작전 과정은 우리가 전쟁에 대해 투영했던 것에서 항상 이탈하게 되어 있다. 결코 전쟁은 미리 예견하고 모델화한 대로 진행되는 법이 없다. 이 점에서 전쟁은 행동(praxis)에서 모델화의 실패(진창에 빠짐)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클라우제비츠 자신은 전략 이론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클라우제비츠는 자기 책에 대해 말하기를, 전쟁지휘관에게 그 책을 제공하는 것은 '개인적 교양'과 정신의 연마를 위해서라고 한다.


클라우제비츠는 전략에 대해 고찰해보면 군사 위계에서 모델화는 전술에서 전략으로 올라갈수록 덜 작동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는 총을 올리고 내리는 등의 동작은 모델화가 가능하며 따라서 기계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위계의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수록 모델화는 덜 적합해진다. 결국 위대한 장군에게 기대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러나 역설적으로 '천재적 능력'이라고 불리는 것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천재적 능력은 무엇인가? 정확히 말해 천재적 능력은 선행하는 모든 모델화들, 참모본부 회의실에서 세운 모든 계획들을 무시하고 직접 마주친 상황에서 생기는 일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즉 '주도' 요인들을 재빨리 포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천재적 능력'은 유럽적 합리성의 파국을 드러내는 것에 구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유럽적 합리성을 파열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계획된 행동을 갑자기 내버리고 영감과 즉흥성을 도움으로서 요청하니 말이다.」*


16/02/01


* 프랑수아 줄리앙. (2015). 전략: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 중국까지. (이근세, Trans.). 파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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