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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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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관련 강연 질의응답 시간. 힙합 모자를 쓴, 그러나 뒷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내성적인 기운이 느껴지던 아가씨는 강연자에게 연평도 사건이나 천안함 사건은 국가를 위해 죽고도 돈을 조금밖에 못 받았는데, 왜 세월호 사건은 놀러 가다 죽고서 8억씩이나 보상금을 받아야 하냐며 들릴락 말락 한 작은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고, 그러나 침착하게 강연자에게 물었다. 첫 질문이었다. 강연자는 좋은 질문이라며, 그러나 그 질문은 희생자 가족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그렇게 주겠다는 정부에게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희생자 가족이 그만큼 받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천안함 때나 지금이나 정부의 보상금 책정방식을 잘 알지 못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정부는 보상금을 합의금으로 보기에 일단 돈을 받고 나면 사건에 대해 더는 말하거나 문제제기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면서, 그래서 예전 천안함 사건 희생자 가족 중에서 돈을 받고 의혹을 다 해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한 총각을 자극했나 보다. 도전적인 눈빛을 띠고 있던 그 건장한 총각은 천안함 사건에 의혹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것에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고, 특히 '과학적'에 힘주어 살짝 느린 템포로 그러나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연자는 그 질문에는 노코멘트로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 작은 청중 집단 내에서도 대립하는 두 기운이 묘하게 긴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두 기운 모두를 뒤덮던 더 지배적인 기운은 어떤 심드렁함이었던 것 같다. 아니, 어떤 무기력함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따뜻한 봄날이었다.


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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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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