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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 명구절

자본에 의한 정신의 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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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을 내릴 기회가 줄면 세심한 주의력의 도덕-인지적 덕목은 위축될 것이다. 조립라인에서 전자적 노동착취 공장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관리법의 제도화된 무심함은 우리 모두를 피어시그가 이야기한 바보 정비사와 같은 모습으로 개조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쇠퇴한 노동이 지나친 단순화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은 도덕적 재교육까지 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조립라인이 출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관찰자가 이렇게 기록한 것을 떠올려보자.


과학적 경영자들은 20여 년 전에는 능률적이고 자존심 있는 장인들이 지원했는데, 이제는 형편없고 멋대로 구는 사람들을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R. F. Hoxie, Scintific Management and Labor).


우리는 모두 단지 명령 체계를 읽는 로봇 같은 서비스 제공자를 상대한 적이 있다. 또 성실한 노동자를 찾을 수 없다는 고용주들의 불만도 들어본 적이 있다. 이 두 현실이 혹시 서로 관련된 것은 아닐까? 내가 보기에는 쇠퇴한 노동이 교육적인 역할을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를 많은 것이 이미 결정된 무심한 노동의 세계 외에는 그 어디에도 적합지 않은 인간으로 만든다. 


[...] 노동의 정신적 영역에 대한 자본의 침입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보아, 소비자로서 우리의 선택은 인식을 하든 못하든 간에 이쪽 또는 저쪽 편에서 지상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음식 선택에 비유할 수 있다. 동네 수리점에서 엔진을 개조하는 것과 체인점에서 엔진을 사는 것은 각각 지역 농부에게 음식을 사는 것과 먼 곳에서 지은 기업식 농업 제품을 사는 것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소비자는 벌써 지역 농부에게서 음식을 사는 일을 자신의 문화적 연장세트(toolkit)에 갖추고 있다. 이는 반체체적인 자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공공심'을 나타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식 선택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한다. 이것을 우리가 자동차와 맺고 있는 관계에 적용한다면,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의식 있는 노동을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 모든 정비사들이 차스처럼 대항문화적 태도를 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즉시 물건을 수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물건을 쓰고 버리는 사회에 하나의 계급으로서 맞서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하는 생각이 괜찮은 경우에는 자기도취적 문화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15/04/16


* 매튜 크로포드. (2010).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손으로 생각하기. (정희은, Trans.).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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