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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세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맞서 있는 새로움을 위한 도구 본문

명문장, 명구절

신과 세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맞서 있는 새로움을 위한 도구

모험러
「신은 항구적이고 세계는 유동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세계는 항구적이고 신은 유동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신은 일자(一者)이고 세계는 다자(多者)라고 말하는 것은, 세계는 일자이고 신은 다자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세계와 비교할 때 신이 탁월하게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과 비교할 때 세계가 탁월하게 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세계가 신에 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신이 세계에 내재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신이 세계를 초월한다고 말하는 것은 세계가 신을 초월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신이 세계를 창조한다고 말하는 것은 세계가 신을 창조한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이다.

신과 세계는 대비를 이루며 대립하고 있다. 이 대립을 통해 창조성은 대립 속에 다양성을 이루는 서로 분리된 다자(disjoined multiplicity)를 대비 속에 다양성을 이루는 합생하는 통일체(concrescent unity)로 변형시키는 그의 지상과제를 수행한다. 각 현실태에는 실현되기 위해 합생하는 두 극, '향유'(enjoyment)와 '욕구'(appetition), 즉 '물리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이 있다. 신에게 있어서는 개념적인 극이 물리적인 극보다 우선하며, 세계에 있어서는 물리적인 극이 개념적인 극보다 우선한다.

대립되는 요소들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맞서 있다. 그것들은 통일성 속에 있게 될 때, 서로를 억제하거나 대비를 이룬다. 신과 세계는 이처럼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맞서 있다. 신은 모든 정신성의 무한한 근거이며, 물리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비전의 통일이다. 세계는 완성된 통일을 추구하는 유한한 것들, 곧 현실태들의 다양성이다. 신도 세계도 정태적인 완결에 이르지는 못한다. 이 양자는 궁극적인 형이상학적 근거, 즉 새로움을 향한 창조적 전진의 손아귀에 있다. 신과 세계는 각기 상대편에 있어서의 새로움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모든 점에서 신과 세계는 그들의 과정과 관련하여 서로 역으로 움직인다. 신은 원초적으로 일자(一者)이다. 즉 신은 여러 잠재적 형상들과 연계된 원초적 통일체이다. 과정에서 신은 결과적 다양성을 획득하고, 원초적 성격은 이러한 다양성을 그 자신의 통일성 속에 흡수한다. 세계는 원초적으로 다자(多者), 즉 물리적 유한성을 지닌 다수의 현실적 계기들이다. 과정에서 세계는 결과적 통일성을 획득하는데, 이 통일성은 하나의 새로운 계기로서, 원초적 성격의 다양성 속으로 흡수된다. 따라서 세계는 다자이면서 일자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정반대의 의미에서 신은 일자이면서 다자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모든 종교의 기초가 되는 우주론의 주제는 영원한 하나됨(everlasting unity) 속으로 들어가고자 벌이는 세계의 역동적인 노력에 대한 이야기이자, 한편으로 세계의 다양한 노력을 흡수하여 완전해지고자 하는 목적을 이루려는 신의 불변하는 장엄한 비전에 대한 이야기이다.」*

14/12/01

* 도널드 셔번, <화이트헤드의 『과정과 실재』 입문>에서 발췌, 편집,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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