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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도 신학이다 본문

명문장, 명구절

유교도 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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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말하지만 주자에게 있어 태극은 기가 아니라 기의 '소이所以'이다. 그것은 기와는 다른 초월적 영역의 형이상자임을 명시해둔다. 그동안 학자들은 이理의 내재만을 중시했지 초월의 측면을 깊이 유의하지 않으려 했다. 퇴계는 이 측면에 깊이 경도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철학은 주자학 가운데 신학적 지평을 확장시켰다(이에 비해 율곡은 자연론적 지평에 더욱 충실했다).

사람들은 유학을 일상적 사회규범의 세속적 지평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해서 이같은 신학적 지평을 간과한다. 정통 유학자들은 유학을 기독교와 대척적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유교가 일종의 신학이며, 기독교와 닮은 데가 있다 하면 펄쩍 뛴다. 이유는 여럿일 것이나, 근본적으로 유교 전통을 폐기하고 들어선 근대 과학문명과 기독교적 정신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여 그 변별을 강조하려 한 결과일 것이다. 그들은 조선 후기 퇴계 계열인 남인의 기예들이 기독교 전래 초기에 풀이 쓸리듯 경도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벽과 다산 정약용 등은 기독교를 유학의 연장 혹은 보충, 즉 보유補儒의 관점에서 읽었다. 다산이 기독교도냐 혹은 유학자냐 하는 논쟁은 보다 근원적인 지평에서 읽을 때 서로 모순되지 않을 수 있다. 다산은 유학을 신학에서 읽기 위해 원시 공맹 유학을 끌어들였지만, 나는 주자학 자체가 이미 신학적 지평을 한 날개로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14/09/11

* 한형조, <왜 조선 유학인가>

유교  
한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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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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