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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서는 것만이 타인에게로 나아가는 진정한 길 본문
「자공이 물었다.
"한마디 말로서 일생 동안 그것을 행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서(恕)다.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아라."」(논어, 위영공/24)*
위 단편의 서(恕)를 대부분의 번역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라" 하는 뜻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논어의 발견> 저자 이수태는 이러한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아라"를 진심으로 바라지도 않으면서 남에게 베풀려 들지 말라는 뉘앙스로 해석한다. 직설적 표현으로 바꾸면 "자신이 (능동적으로) 하고자 하는 바만을 남에게 베풀어라" 혹은 "너 스스로 하고자 하여 (그것을 통해) 남에게도 무언가를 베풀어라"라는 뜻이 된다.
「이 위대한 원칙은 누구보다 자공에게 절실한 처방이었다. 자공의 성격은 천성적으로 현실과 잘 유화하였고 특히 남을 위해 노력하고 베풀기를 좋아했다.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말을 통하여 공자는 자공에게 '타인에의 길'에 던져진 자아를 수습할 것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널리 베풀기만을 바라는 그 길은 공자의 신념에서 볼 때 명백히 출구가 없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공자가 보는 한 타인에게로 나아가는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길은 자기완성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현단계에서 자공이 씨름해야 할 최대의 과제는 '자기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 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의 변혁이 가지는 의미와 위력을 깨닫는 것이었다.
이 위대한 원칙은 바로 타인에의 길, 널리 베푼다는 맹목적 열정에 빠진 자공이나 중궁 등의 젊은이들을 깨우치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으로 강조된 교훈의 말이었다.」*
15/01/07
* 이수태, <논어의 발견>에서 발췌, 수정,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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