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과 수도원, 아! 이 숭고한 신비

「감옥에 있었던 것은 남자들이었다. 여기 수도원에 있는 것은 여자들이다.

 

그 남자들은 무슨 짓을 저질렀던가? 그들은 훔치고, 폭행하고, 약탈하고, 사람을 살해하고, 사람을 죽일 계획을 세웠다. 강도며, 사기꾼이며, 독살자며, 방화자며, 살인자며, 부모를 죽인 패륜아의 집단이었다. 그리고 이 여자들은 어떤 짓을 했던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 두 곳 모두 속박의 장소이다. 하지만 감옥에는 해방의 가능성이 있고 언제나 눈에 보이는 법률상의 한계가 있으며 또 탈출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수도원의 경우는 종신형밖에 없다. 유일한 희망이라고는 까마득하게 먼 미래의 끝에 이르러 사람이 죽음이라고 부르는 저 자유의 희미한 빛이 있을 뿐이다.

 

첫 번째 감옥에서 사람은 누구나 사슬에 묶여 있는데, 수도원에서 사람은 자기 신앙에 묶여 있었다.

 

감옥에서 발산되는 것은 무엇이었던가? 끝이 없는 저주, 이를 가는 원한, 증오, 절망적인 악의, 인류 사회에 대한 분노의 절규, 하늘을 향한 조소였다. 수도원에서 발산되는 것은 무엇이었던가? 축복괴 사랑이다. 그리고 그토록 닮았으면서도 그토록 상반되는 두 장소에서 그토록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사람들이 같은 행위를 완성하고 있었다. 즉 속죄를.

 

여기 수도원은 형벌의 장소가 아닌 속죄의 장소였다. 하지만 감옥보다 더 가혹하고 더 침울하고 더 무자비했다. 여기 있는 동정녀들은 죄수보다도 더한 복종에 짓눌려 있었다.

 

… 그러한 일들을 생각할 때마다 그의 내부에 있던 모든 것이 이 숭고한 신비 앞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또 이러한 생각을 하는 동안은 교만한 마음이 사라졌다. 그는 온갖 반성을 다 해 보았다. 자기가 너무나 하찮고 나약한 존재임을 느끼며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이즈음 반년 동안 그의 생활 속에 들어온 모든 것이 그를 주교의 신성한 명령 쪽으로 이끌어 가고 있었다. 코제트는 그에게 사랑을 가르쳤고 수도원은 그에게 겸허함을 가르쳤다.

 

… 그 평화로운 정원, 향기 짙은 꽃들, 고요에 싸인 수도원,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서서히 그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의 마음은 수도원의 고요함과 꽃들의 향기와 정원의 평화와 수녀들의 순박함과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차차 바뀌고 있었다.

 

… 그의 마음은 감사로 가득 차고 그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