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자유가 없기에 생명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본문
「앞에서 어느 정도 윤곽을 보여준 저 엄격하고 우울한 수도원 생활은 결코 거기에 생명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그것은 자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 완성이 아니기 때문에 무덤도 아니다. 그것은 아주 독특한 장소로, 거기서 보면 마치 높은 산 위에 서서 보듯, 한편으로는 현세의 심연을 볼 수 있고 다른 한 편으로는 내세의 심연을 볼 수 있다. 또 그것은 양쪽에서 동시에 빛이 비치고 어둠이 몰려들어 두 세계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안개 자욱한 좁은 경계이기도 하다. 거기에는 너무나도 약한 생명의 빛과 희미한 죽음의 빛이 뒤섞여 있는데 그것은 무덤이 갖는 어슴푸레한 빛이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오직 믿음만으로 몸을 신께 바치고 있는 그 여자들이 믿고 있는 것을 우리가 믿는 것은 아니나, 그 여성들의 일을 생각하면 종교적이고 지극히 조용한 공포와 부러움과도 비슷한 그 어떤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여자들은 바로 신비의 가장자리에서 살면서, 이미 닫혀 버린 속계와 아직 열리지 않은 천상계 사이에서 지칠 때까지 기다리며, 보이지 않는 광명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그 광명이 있는 곳을 안다는 생각만을 유일한 행복으로 삼아, 심연과 미지의 것을 동경하며, 움직이지 않는 어둠을 바라보고, 무릎을 꿇고, 열광하며, 전율하고, 가끔은 영원의 깊은 숨결을 따라 어렴풋이 떨치고 일어서는 영혼을 소유하고 있다.」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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