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러의 책방
미덕의 새벽빛과 사랑의 새벽빛 본문
「이튿날 새벽녘에도 장 발장은 코제트의 침대 곁에서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가 눈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뭔가 새로운 것이 그의 영혼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장 발장은 여태껏 아무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25년 전부터 그는 이 세상에서 오로지 혼자였기에 아버지도, 애인도, 남편이나 친구였던 적도 없었다. 감옥에서는 험악하고, 음울했으며, 순결하고 무지했고, 남과 어울리기 어려운 사나이였을 뿐이었다.
… 그랬던 그가 코제트를 보았을 때, 코제트를 손에 넣고 구출해 냈을 때, 자기의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에게 숨어 있던 정열과 애정이 모두 눈을 떠 이 아이에게로 날아갔다. 그는 코제트가 잠들어 있는 침대 곁으로 가서 기쁨으로 몸을 떨었다. 그는 마치 어머니와 같은 마음속 어떤 열망을 느꼈지만, 그게 뭔지는 몰랐다. 사랑하기 시작한 마음의 저 이상하고도 커다란 감동은 파악하기도 어렵고 매우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싱싱하게 되살아난 가엾은 늙은 마음이여! 다만 그는 쉰다섯 살이고 코제트는 여덟 살이었으므로 자신이 앞으로 평생 품게 될 모든 사랑은 이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하나의 빛 속으로 슬그머니 녹아들었다.
흰 빛이 두 번째로 나타난 것이다. 미리엘 주교는 그의 마음의 지평선에 미덕의 새벽빛을 가져다주었으며, 코제트는 사랑의 새벽빛을 가져다주었다.
… 장 발장이 낙담한 나머지 다시 타락의 수렁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사람을 알게 되면서 다시 강해졌다. 아! 그도 또한 코제트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장 발장이 코제트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코제트도 그의 마음을 강하게 만들었다. 장 발장 때문에 코제트는 평범한 생활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고, 이 아이 때문에 그는 덕의 길로 계속 나아갈 수가 있었다. 그는 코제트의 기둥이었고 어린 코제트는 그의 지팡이인 셈이었다. 아, 운명에 숨겨진 균형의 헤아릴 길 없는 숭고한 신비라니!」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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