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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반대말은 무의미 본문

명문장, 명구절

행복의 반대말은 무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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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20년 전에 은퇴를 했어요. 은퇴하기 전에는 온갖 의무들을 지고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학생들을 만나야 했고, 보고서도 제출해야 했습니다. 때때로 원고 독촉에 시달리거나 교내 직원들과 불화가 생기기도 했죠. 그러니 저는 어려운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어려움들이 제 앞에 놓여 있었고, 그것들을 처리하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은퇴를 하고 난 후, 저는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저에게 이런저런 일들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 어려움 없이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연금도 나왔으니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어요. (웃음) 근데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비극이었죠.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저는 생산적인 활동에 매진하기 시작한 겁니다. 스스로 어려움을 만들어서 자신에게 부과한 것이죠. 이제껏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읽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문학 작품들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초청을 받아 다른 유럽 나라들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고, 청중들이 던지는 어려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기도 했죠. 저는 이전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엄밀히 말해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삶의 공허함과 의미 없음을 피하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이것이 바로 불행이 우리 삶에서 갖는 가장 고결하고 위대한 지점입니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의미 없음(meaninglessness)입니다. 당신의 삶이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유일하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15/08/06


* 인디고 연구소(InK) 기획. (2014). 희망, 살아 있는 자의 의무: 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 서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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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뷰, 책 발췌, 낭독, 잡문 등을 남기는 온라인 책방. 유튜브 채널 '모험러의 책방'과 ′모험러의 어드벤처′(게임)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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