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혐오 (5)
모험러의 책방
“파시스트들은 한 명의 유대인도 없으면 유대인을 만들어 낼 것이다” - 야스퍼스 --- 긴 침묵 후, 그녀가 갑자기 말을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라인란트의 크산텐 출신이야. 거의 모든 가족이 1096년에 살해당했지. 십자군! 하나님께서 원하신다! 기사 에미히와 고트샬크는 교황 우르바누스 2세의 부름에 열성적으로 응답했어. 그들은 라인란트의 유대인들을 학살하면서 성묘를 위한 싸움을 시작했지. 크산텐에서는 예후다라는 한 소년이 기독교로 개종했기 때문에 살아남았어. 귀도 폰세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에 정착했는데, 그곳에서 조상의 신앙으로 돌아갔어. 아니면 네가 말하는 대로 다시 유대교식 배신으로 돌아갔다고 할 수도 있겠네. 그의 후손들은 다시 유대인이 되어 1288년 나폴리에서 추방됐어. 그들은 전 세계를 ..
「고발은 일상이 됐다. 모두가 의심받았다. 주교, 성직자, 이단심문관, 도시 행정관, 귀족, 기사, 상인, 모두가. 누가 고발전에 나섰는가? 도시의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 사방에서 후스파 간첩을 보는 사람들, 후스파가 일으킨 전년도 전쟁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그랬다. 간첩에 대한 마녀 사냥이 진짜 간첩을 솎아낼 거라 기대하는 사람이 그랬다. 아무런 간첩도 믿지 않지만, 히스테리컬한 공포에 떠는 사람들이 그랬다. 그 모두가 고발 분위기에 일조했고, 공포와 두려움을 강화시켰으며, 다시 그건 증오와 탄압이라는 형태로 돌아왔다. 후스파, 반역자, 마녀들이 모든 곳에 숨어 있을지 모르지 않는가? 모든 문간에, 모든 골목에, 변장을 하고서 말이다. 그러니 모두가 의심 받았다. 당신의 이웃, 그녀가 당신에게 체를 빌..
「혐오는 흘깃 보는 데서 생겨난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는 남을 보자마자 나와 같은 부류인지 아닌지를 가른다. 그런 인식의 갈림길에서 다른 모든 것이 생겨난다. '우리네'일 때는 눈을 특히 크게 뜨고 얼굴울 더 열심히 바라봄으로써 상대를 한 개인으로 더 또렷이 기억한다. 하지만 타인일 때는 얼굴을 대충 보고 만다. 한 학자는 이를 두고 '''얼굴'에서 받는 인상의 깊이가 다를 것"이라며 신기해했다. 편견의 원류로 보이는 이런 내집단 편향은 타인이라면 가리지 않고 모조리 멸시한다. 따라서 인종이든, 계층이든, 정치색이든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낌새가 있으면 바로 편향이 일어난다. 한 번 흘깃 보기만 해서는 타인을 '범주 수준'에서만 이해하므로, 꼬리표를 붙이고, 고정 관념을 적용하고, 인간으로 대하지 않기..
「지금 하나의 유령이 지구를 떠돌고 있다. 외국인 혐오라는 유령이. 결코 절멸되지 않으며 매번 새로이 해동되어 가열되는 신구(新舊)의 종족적 의심과 적개심이 유동적 현대의 실존적 불확실성과 불안에서 스며 나온 안전에 관한 신품종 공포와 하나로 뒤섞이고 혼합되고 있다. ... 유럽의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나타난 최근의 변화들을 요약하면서 맥닐(Donald G. Mcneil Jr)은 '범죄에 대한 공포를 뚜쟁이 질하는 정치인들'이란 제목을 붙였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통치하는 지금 '범죄에 강력 대응'이라는 말은 다른 모든 것을 누르는 필승 카드임이 입증되고 있지만 승자는 거의 예외 없이 '교도소 증설, 경찰 증원, 형량 증가'라는 공약과 '이민 반대, 망명권 반대, 외국인 귀화 ..
「따라서 지혜의 반대 항은 거짓이 아니라 편파적인 것이다. 지혜 속에서 완전한 합치의 중용이 진리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편파성은 철학에서 오류가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갖고 있다. 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타인의 '담론들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여러 학파들 사이의 토론에서 적대적인 입장들을 드러내는 것은 그들의 이론이 거짓이라고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들에서 결핍된 것을 강조하고 따라서 그 결핍된 것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기원전 3세기의 순자에게서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순자는 묵가와 동시대를 살았으며 추론의 논리적 엄격성에 매우 예민했으며, 고대 중국에서 논박의 실천을 가장 잘 발전시킨 인물이다. 순자는 마음의 '통치적' 역할에 가치를 두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