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합의 (2)
모험러의 책방
「여러 전문가가 모여 새로운 과학 연구와 기술이 향후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상하고 민주적인 의사소통 과정을 거쳐 모종의 합의에 이르는 과정과 과학자가 어떤 설명적 가설을 떠올리고 그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함으로써 가설을 확증하거나 반증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달리 말해 수많은 윤리위원회가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윤리적이라기보다는 과학적이다. 왜냐하면 그런 해결 방식이 주어진 조건 안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윤리위원회'는 그 이름에서 기대하는 규범성을 절차적 합리성으로 대체하는 조직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상 우리가 절대적인 규범을 이미 포기했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동시에 우리가 이른바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
「먼저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이념의 기능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구에서 정체나 선거 정책과 관련해서 모델화는 일반적이며, 이런 점은 서구적 근대성을 수용한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줄리앙은 정치 영역에서 모델화의 특수한 기능을 강조한다. 정치 영역에서 정책이나 이념을 제시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의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들은 상황이라는 변수가 나타나며 따라서 모든 이념이 그대로 실행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념이나 모델의 제시는 적용이 아닌 협의를 위해서다. 모델화는 민주주의의 원리다. 정책 모델을 구상하고 제시하는 것은 정책 모델을 완벽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것에 대해 토론하고 입장을 취하며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모델은 논쟁을 조직하는 데 사용된다. 결국 이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