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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신은 옳다.'고 말하던 중세의 성직자와 '가격은 옳다.'고 말하는 현대의 경제학자는 기묘하게 닮았다. 성직자가 중세의 신분체계를 수호했다면, 경제학자는 현대의 계급체계를 수호한다. 신은 옳다, 그러니 너의 천한 신분은 신의 의지에 따른 네 운명이다. 가격은 옳다, 그러니 너의 비참한 처지는 시장의 의지에 따른 합리적 결과다. 「물리학자 도인 파머(J. Doyne Farmer)와 경제학자 존 지나코플로스(John Geanakoplos)는 이렇게 지적했다. "경제이론은 시장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자산의 가격은 그 기본적인 가치의 최선의 척도이자, 미래 가격에 대한 최선의 예측기다." 예를 들어보자. 1996년 3월, 그리고 2002년 10월, 나스닥 지수는 1,140이었다. 이 두 ..
「주류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성차별, 인종주의 등의 차별 정책은 비효율적이므로 순수한 (혹은 대칭적인) 시장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적 거래는 누가 참여하건 혹은 언제 어디에서 이루어지건 그 양상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떤 경제학자도 실제의 경제가 완벽하게 공정하거나 안정적이라고, 그리고 각 참여자들이 완전히 동일한 정보에 접근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조지 애거로프(George Akelof),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 그리고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2001년 「비대칭적 정보를 가진 시장에 대한 분석」으로 경제과학의 스웨덴은행상(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 논문은 예를 들자면 중고차 판매상이 구매자보다 상품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상황..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 동문들의 인맥, 제도화된 성차별, 여성의 과소대표가 문제이긴 하지만, 이것들은 그 자체로는 경제체계의 재균형을 방해하는 주된 장애물이 아니다. 진짜 장애물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주류 경제이론이다. 이것은 복잡성을 단순한 법칙으로, 인간의 동기를 차가운 계산으로 환원시키는 세계관이자 사고방식이다. 줄리 넬슨에 따르면 경제학은 '초연함, 수학적 추론, 형식성, 추상'이라는 남성적 방법론을 '연결성, 언어적 추론, 비형식성, 구체적인 세부사항'이라는 여성적 방법론보다 높이 평가한다. 경제학은 물리학처럼 불편부당하고 초연하며, 단단한 과학이 되려고 노력해왔지만 (부분적으로는 바로 그 때문에) 결국은 특정한 양성의 행동을 승인하고 축복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며, 비선형성, 유동성, 복잡한 상호의..
「주류 경제학에서 아이러니한 점은 합리적 경제인에 대한 이상이, 실제 사람들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반대 증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리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무리수가 유리수보다 더 많고, 직선보다 곡선을 그리는 방법이 더 많은 것처럼, 합리적인 방식보다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의 수가 더 많은데 말이다(종종 경제학자들은 그 경우의 수를 다 헤아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주류 경제학자들의 이런 완강함은 부분적으로 행동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소유 편향, 손실 회피, 변화에 대한 저항 등의 개념을 빌려서 말이다. 우리는 소중한 보물에 집착하듯이 이념에 얽매인다.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교육받은 경제학자들은 이 아이디어가 실제로는 쓸모없는 멍청한 생각이라는 걸 받아들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