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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러의 책방
"『푸코의 진자』는 자료를 찾고 쓰는 데 8년이 걸렸지요. 제가 뭘 하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10년간 저 자신의 세계 속에서 살았던 것 같네요. 밖으로 나가서 차와 나무를 보고는 중얼거립니다. 아, 이것도 내 이야기와 연결될 수 있겠구나라고요. 그런 식으로 제 이야기가 매일매일 자라납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모든 일, 삶의 작은 파편들, 모든 대화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해줍니다. 그러고나서 제가 소설에서 등장시킨 장소인 템플기사단이 있었던 프랑스와 포루투칼의 실제 지역을 방문했답니다. 그러면 소설 쓰기는 제가 전사가 되어 일종의 마법의 왕국에 들어가는 비디오게임처럼 됩니다. 단지 비디오게임에서는 완전히 게임에 빠져 도취되는 반면에, 소설을 쓸 때는 언제나 달리는 기관차에서 뛰어내리는 비판적..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배워서 때에 따라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하냐? 벗이 있어서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하냐?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니냐?" 「아무도 이 단편을 놓고 그 의미를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난해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단편을 통하여 공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훨씬 중요하면서도 놓치기 쉬운 문제가 不亦說乎(불역열호), 不亦樂乎(불역락호), 不亦君子乎(불역군자호)라는 반복된 문구에 가로놓여 있다. 공자가 세 가지 삶의 모습을 "기쁨"(說)과 "즐거움"(樂)과 "군자"(君子)로 제시하면서 그것을 不亦○乎라는 표현과 결합시키고 있는 것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바로 그 세 가지 삶의 모습이 일반적인 가치관에 있어서는 도무지 기쁨..
염구가 말했다. "선생님의 도(道)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힘이 부족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힘이 부족한 자는 중도에서 포기하는데 지금 너는 스스로 한계를 긋고 있다."(옹야/12) 「즉, 그는 모든 인간의 미흡한 상태를 소여(所與: 주어진 바)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모든 인간의 불완전한 상태가 어쩔 수 없는 운명에 의해 주어진 것인가, 스스로에 의한 그때 그때의 선택인가 하는 것은 객관적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현재 상태를 위대한 지향에 의해 조성된 의미망 속에서 재인식할 때 그것이 선택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이다. 아무런 지향이 없는 자에게 있어서 삶은 지루한 일련의 소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향은 소여를 자기 책임속으로 끌어들이고, 결국..
「학문은 마치 수레를 미는 것과 같다. 힘을 써서 수레를 밀어 움직여 놓으면 저절로 굴러가서 힘쓸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논어』 첫머리에 ‘배우고 늘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라고 한 말이 바로 그 효험이다. 배움은 기뻐하는 경지에 이르러야 저절로 그만둘 수 없게 된다. 기쁠 수 있으면 자연히 그만둘 수 없다. 마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아서, 처음에 심고 물을 주면 이내 크게 자라서 저절로 가지가 나고 잎이 자라니, 이에 더 무슨 사람의 힘이 필요하겠는가? 배우고 늘 익혀 기뻐하는 경지에 이른 뒤에는 자연히 그만두려고 원하지 않는다. 요즘 사람은 다만 기쁨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겠다.」* - 주희 14/10/29 * 박성규 역주, 2013/03/04 - 저절로 주희
「이와 대조적으로 성경은 우리에게 "너의 주 하나님을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사랑하라"고 명령한다. 우리는 또한 구원을 찾기 위해 명령을 받기도 한다. 구원을 찾는 것이 우리의 의미이며 우리의 목적은 구원을 받는데 있다. 실제로 신교도의 어떤 교파들은 인간의 목적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영원히 하나님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가의 성인이 도 안에서 사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는 '명령을 받아서'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도 아니라, 단순히 그렇게 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도로부터 어떠한 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즉 도가의 성인은 '영혼을 구원하거나' '어떤 미래의 보상'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도 안에서 사는 것은 어떤 목적이 없다. 도가의 성인은 단순히 거기에 있는 ..
「배움은 즐거움에 이르러야 완성된다. 독실하게 믿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는 아직 스스로 터득함(自得)이 즐거움을 누리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좋아하는 자는 다른 사람의 과수원에서 노니는 것과 같다. 즐거워하는 자는 배움이 자기 것이 된 것이다.」* - 정호 배우기를 좋아하는 경지에도 아직 이르지 못했건만. 14/01/04 * 이현선, 에서 인용, 수정. 2013/08/11 - 자득(自得) 2013/09/04 - 그 밖의 것을 원하지 않는다
「쾌락과 즐거움(혹은 몰입)의 차이는 이렇다. 쾌락은 유전으로 프로그램 된 필요(먹기, 마시기, 쉬기, 성행위, 사교성 등)에 항상성이 깨어질 때 그것을 되찾아주면 발생하는 반면, 즐거움은 대개 유전으로 프로그래밍되지 않은 일에 기술을 활용한 결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쾌락은 쉽게 물리기도 하지만 쉽게 충족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하루에 같은 음식을 여러 번 먹으면서 쾌락을 얻을 수 있다. 즐거움은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으나 과제가 점점 어려워지거나 새로워지지 않으면 쉽게 지루해질 소지도 있다. 바로 이러한 까닭에 쾌락과 달리 즐거움은 발전적 변화로 이어진다. 오래된 격언 중 이런 관계를 잘 표현한 말이 있다. "몇 시간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술에 취하라. 몇 년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결혼하라. 영..
「관개하는 사람은 물꼬를 트고 활 만드는 자는 화살촉을 바로잡고 목수는 나무를 바로잡고 현자는 자신을 다스린다. 방일(방탕)에 빠지지 말라 감각적인 쾌락에서 기쁨을 찾지 말라. 방일하지 않고 명상하는 자 크고 한없는 즐거움을 얻으리라.」* - 앙굴리말라가 깨달음을 얻고 읊은 시 중 붓다가 연쇄살인마였던 앙굴리말라에게 "앙굴리말라여, 나는 멈추었다. 너도 멈추어라."라고 하니 앙굴리말라가 '어째서 이 수행자는 자신은 걸으면서 나는 멈추었다고 하는가?'라고 의문을 품고, "수행자여 어찌하여 그대는 멈추었고 나는 멈추지 않았는가?"하고 묻는 부분은 중아함경(맛지마니까야)에서 가장 숨죽이게 되는 장면이다. * 전재성 옮김, 에서 발췌, 편집. 붓다 명상
「마간디야여, 나는 감각적 쾌락의 타는 듯한 고뇌와 갈증을 버리고 안으로 마음의 고요를 성취했습니다. 나는 감각적 쾌락의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감각적 쾌락의 갈애에 사로잡혀, 감각적 쾌락의 타는 듯한 고뇌에 불타,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다른 뭇삶들을 봅니다. 나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고 그 속에 있는 것들을 즐기지 않습니다.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마간디야여, 참으로 그 감각적 쾌락의 착하고 건전하지 못한 것들을 떠나면, 천상의 즐거움을 능가하는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속에서 기쁨을 누리므로 그보다 못한 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즐거워하지도 않습니다.」* 13/12/19 * 전재성 옮김, 에서 발췌, 수정. 쾌락 붓다
「쾌락은 강력한 동기유발 요소이지만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아요. 그런 면에서 쾌락은 사람들에게 현재의 욕구에 만족한 채 편안함과 안정감을 찾게 하는 보수적인 힘이죠. 그러나 무아도취(enjoyment)는 항상 즐거운 것만도 아니고, 때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등산가에게는 탈진, 혹독한 추위 때문에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고통, 추락 사고를 당할 위험이 으레 따르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산에 오르는 일을 결코 그만두지는 않거든요. 물결이 넘실거리는 청록빛 바다가 훤히 보이는 아름다운 해변의 야자수 아래 앉아 칵테일을 음미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부는 산마루에서 느끼는 환희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13/12/13 * 마틴 셀리그만, ..
요즘 맹자를 많이 떠올린다. 그는 부동심(不動心)을 말하면서도, 사람이 측은히 여기는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공경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군자는 자기 자신을 수양할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최고의 즐거움은 도의 즐거움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주가 바르면 천하가 바르게 된다고 말하면서도, 군주가 가장 하찮고 백성이 가장 귀하다며 백성들의 편에서 정치, 교육, 문화, 경제 제도를 구상했고, 군주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갈아치워야 한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는 전투의 한복판에서 조금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장수의 용기와 기백을 높이 사면서도, 그것은 의롭지 못한 일에는 두려움을 느낄 줄 아는 자기반성의 용기와 신념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