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집을 나서려고 문을 열었다. 나는 문이 조금 열린 상태에서 알 수 없는 신비감에 문고리를 잡은 채 멈칫했다. 작은 틈 사이로 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유독 선명했고, 바람이 신나게 소리 내며 놀고 있었다. 조심스레 문을 활짝 열고 마당으로 나가 보았다. 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바람과 어울려 숲의 대나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축제의 현장이었다. 13/11/11 잡문
한 커플이 손 맞잡고 낙엽 진 숲길을 천천히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조용히 걷고 있다 숲이 두 남녀의 고운 미소 속에 마법처럼 잠겨 시간이 멈추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며 서둘러 떠나가던 가을이 그만 콱― 발목을 잡혀 버렸다 12/11/07